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이다. 작년 이맘때 0.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년 사이 5차례나 올라 1.75%가 되었다. 7월 13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나드는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팬데믹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부메랑이 되었다.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달러화 강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가 총체적 복합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는 금융 당국자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급 불균형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탈세계화와 블록화로 치닫는 국제 분업질서 재편 또한 우리처럼 무역의존도와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 치명적이다. 부울경 동남권은 제조업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데다 경제 체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라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의하면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때 제조업 평균 생산원가는 0.4% 상승하지만 철강(1.8%) 석유화학(1.5%) 금속(1.1%) 조선(0.9%) 자동차(0.8)의 상승 폭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아 지역 주력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 총조사결과(확정)’에서도 동남권은 주요 지표 대부분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지난 5년간(2015~2020년) 제조업(25개 업종) 평균 매출액은 4.2% 증가했지만 동남권 주력산업인 조선(-35.5%) 자동차(-3.9%) 금속가공업(-1.7)은 오히려 줄었다. 평균 18.4% 상승한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부산 10.6%, 경남 0.4%, 울산 -4.3%로 17개 시·도중 13위(부산) 16위(경남) 17위(울산)이다. 지역기업의 수익성 또한 크게 악화됐다. 영업이익률은 전국 평균 6.4%에서 6.6%로 상승했지만, 부산(7.6%→6.2%)과 울산(6.6%→4.5%)은 하락했고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경남(5.4%)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미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2배가량 높은 3.4%로 예견하고 있다. 한미 간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우리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이 35.5%, 특히 중소기업은 48.4%나 된다는 한국은행 조사를 감안하면 세계적 금리상승 압력이 기업의 잠재부실을 현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온통 어두운 전망뿐이다. 코로나로 사회 전반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위기와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예견된 위기라는 것이다. 내년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거라는 시나리오까지 벌써 등장했다. 알고 겪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함께 겪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서로 돕고 함께 힘을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다. 정부 기업 가계 모두 견고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학계와 언론 시민 사회, 특히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는 생물이다. 경제주체들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 예견된 난리쯤은 극복할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밑바탕이 흔들리면 전부 다 무너진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를 여러 차례 이겨낸 경험과 저력이 있다. 국난 극복이 특기인 나라답게 힘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 확신해 본다.
정영두 BNK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