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세계 경기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매우 긴 사이클을 가진 전형적인 시클리컬(Cyclical) 산업으로, 작년 후반기부터 신조선 시장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발주량 2153만CGT 중 45.5%인 979만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이는 2011년 상반기 이후 최고 수주량이다. 특히 국제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연료를 채택한 선박의 발주가 증가했다. 연료별로 파악하면 LNG 연료추진선박 수주가 115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메탄올 연료추진선박 4척, LPG 연료추진선박 1척 순으로 수주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과거 중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5개년 계획에 의해 크게 성장했고, 조선기자재산업은 조선산업의 후방산업으로서 조선산업 성장의 낙수효과에 힘입어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 조선산업과 조선기자재산업은 강력한 전후방 상호연관 관계를 형성해 성장했다. 즉,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부가가치율 증가를 꾸준히 추진해 왔고 이는 곧 조선기자재산업의 발전 방향이었다.
그러나 조선기자재산업의 산업적 특성이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기능적으로 대단위 모듈화하고, 조선산업과 조선기자재산업이 점차 독자적인 시장구조를 갖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과거 조선기자재는 개별 납품돼 조선소 내에서 조립 생산됐으나, 현재의 조선기자재는 연료공급장치 계류시스템 거주구설비 등 기능적 단위로 모듈화·집적화돼 공급된다.
이런 조선기자재산업 변화에 따라 산업지원정책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기술개발지원 금융지원 등 선박건조산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조선기자재의 기능적 모듈별 기업 클러스터를 도메인으로 하는 지원이 되도록 하는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기존 조선소 중심의 지원 방식으로는 기자재산업계까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산업은 날로 강화하는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때보다 급격한 기술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신조선이 적용하는 LNG 연료추진선박의 경우 다양한 부품이 국산개발을 완료했으나 실제 선박 탑재율은 저조했다. 개발품에 대해 실증 방법이 없었기에 선주들이 국산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이 가스연료기술센터 ‘가스연료종합시험설비’를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구축하고 실증 업무를 시작했기에 LNG 연료추진 관련 국산기자재의 탑재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선박의 경쟁력은 결국 친환경 기자재의 경쟁력에 달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조선기자재산업의 지속적인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10년간 약 25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가연구개발사업 ‘친환경선박 전주기 기술개발혁신사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친환경 선박기자재 개발과 육상시험 및 해상실증을 수행하고, 향후 수출주도를 위한 국제표준 및 국제해사기구에 법제화를 추진해 친환경선박 기자재 개발부터 선박 탑재 및 상용화까지의 전주기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본 사업 수행을 전담하는 통합사업단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본원이 있는 부산 영도에서 운영된다. 저탄소·무탄소 선박 및 전기·하이브리드 선박 등 차세대 추진시스템용 기자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국제 기술개발 동향 및 요구에 맞춰 암모니아추진선박 기자재 개발을 우선 수행할 예정이다. 본 사업 기간인 10년 내에 ‘2008년 대비 온실가스 70% 감축’을 사업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대한민국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선박 시장에서도 대한민국은 1위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부터 대한민국 조선기자재산업은 국내 조선시장에 국한하지 말고 미래 확장성이 기대되는 중국 베트남 남미 등 신흥조선시장을 겨냥, 직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이 국내 조선산업의 그늘에서 탈피해 세계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는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