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면서도 닮는다고 했던가? 청와대 마지막 출입기자이자 용산 대통령실 첫 출입기자로서 두 정권의 마지막과 처음을 가까이서 보게 됐다. 두 정권은 ‘극과 극’이지만 독선과 불통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았다.
임기 말까지 지지율 40% 선을 유지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기 시작 두 달 만에 40%대가 무너진 윤석열 대통령. 소통이 부족했던 문 전 대통령과 소통이 과해서(?) 오히려 혼선을 낳은 윤 대통령. 뭐가 더 문제일까.
‘용산 시대’의 상징이 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의 변화를 확연히 보여준다. 미국 일본에서나 보던 도어스테핑은 그야말로 신선한 파격이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를 출입하면서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본 것은 세 번의 기자 간담회와 해외 순방 당시 풀 취재가 전부였다. 청와대가 아닌 ‘춘추관 출입기자’라는 자조 속에 1년을 보냈고, 직접 청와대 녹지원을 밟아본 것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렇게 만나기 힘들었던 대통령과 매일 마주하고 질문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엄청난 변화였다. 취재진으로선 매일 아침 일용할 양식(뉴스거리)이 제공되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그런데 그렇게 ‘가슴 설레는 시간’이 ‘가슴 졸이는 시간’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답변과 태도가 몇 차례 논란이 되면서 결국 도어스테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출입기자들의 관심사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잠정 중단됐던 도어스테핑은 하루 만에 재개됐지만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6~7개에 달하던 질문 개수는 2개 정도로 줄었고, 민감한 답변은 회피하기 시작했다.
소통하겠다고 나선 도어스테핑에서 불통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 할 수 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엔 답하지 않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 비판에는 귀 막고 자화자찬만 한다고 문 정부를 얼마나 비판했던가.
소통의 언어도 매우 중요하다. “전 정권은 잘했느냐” “9급이라 미안” 등의 언급은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세계적 물가 상승, 금융 불안 등 초유의 복합 위기를 맞았는데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돼 개국공신인 윤핵관 내부 불화설 등 권력투쟁이 연일 지면에 오르내리는 상황도 반갑지만은 않다.
정권 출범 100일이 다가온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윤 정부의 상징적인 개혁 방향이나 임기 5년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의 진실을 찾고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 이슈로 떠올라선 곤란하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그럼 전 정부는 공채했느냐”고 억울해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내로남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의 마음을 샀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정확히 읽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현재 위태로운 지지율 30% 선이 무너지면 앞으로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민생에 올인’한다고 했지만 동력은 희미하고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의중을 꿰뚫고 치고 나갈 참모가 없는 게 문제라고 하고, 일부에선 부처 장관들이 제대로 일을 안 해서라고 한다. 어찌 됐든 당정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한 몸처럼 치고 나가야 할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민주당 정부가 5년 만에 국민에게 외면받은 이유를 정부 여당은 곰곰이 되짚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문(반문재인)’을 내걸었지만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문재인을 넘어서야지 ‘반문’에만 갇혀선 안 된다.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것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는 여당 대변인의 쓴소리는 여전히 곱씹어볼 만하다.
정유선 서울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