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다. 식료품 가격 인상이 서민에게 주는 고통이 심각하다. 특히 직장인에겐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점심 값 부담이 크다. 이 말은 점심(Lunch)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 값은 1만 원에 육박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부산지역 냉면 값은 평균 9857원이다. 더위에 제격인 냉면 가격의 수직 상승으로 외식비 부담을 다시 한번 체감한다. 냉면을 식당에서 사먹지 않고 집에서 간편식으로 먹는 ‘집냉(집에서 먹는 냉면)’이 인기다.
오죽하면 정치권까지 직장인 밥값 세제 혜택을 늘리자고 나섰겠는가.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최근 직장인 밥값 세액공제를 월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근로자의 급여에 포함되는 밥값 중 그만큼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관련 공제액이 2003년 이후 10만원으로 묶여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먹고 사는 문제는 민생 1순위 과제다. 코로나19 사태와 치솟는 물가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부산지역 착한가격업소(착한 가게)가 관심을 받는 이유다. 착한 가게는 저렴한 가격 위생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각 지자체가 매년 1회 지정하는 업소다. 부산 동래구 논두렁추어탕은 다른 가게보다 2000원 정도 싼 6000원에 추어탕을 판다. 맛과 가격은 물론 매일 신선한 밑반찬이 나오다 보니 단골이 많다. 영도구 남항동 꼬꼬삼계탕은 인근 식당보다 3000원가량 싼 1만1000원에 삼계탕을 팔고 있다. 강서구 대저할매국수에선 한끼 6000원이면 잔치국수 호박죽 비빔국수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이런 착한 가게는 부담없는 가격에 맛까지 더해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격 유지 비결은 사장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직원은 바쁜 시간에만 파트타임으로 써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착한가격업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부산지역 착한가격업소 수는 621개로 2020년보다 25개 줄었다. 낮은 가격과 높은 위생 및 서비스 수준을 유지한다면 ‘돈쭐’을 내는 건 손님 몫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손님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최선을 다하니 그만한 대접을 해주자는 것이 최근 유행하는 돈쭐의 핵심 내용이다. 지자체 차원의 행정적·재정적 인센티브 강화는 두말할 나위 없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