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2-07-21 19:11:1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희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이웃의 남다른 보살핌 가운데 화가로서의 자질을 펼치고 변호사라는 전문업에 종사하며, 혹독한 현대사회 속에서 꿋꿋이 살아간다. 영희와 영우의 모습을 보며 가슴을 앓아보기도 하고 울분을 토하다가도 옅은 미소와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TV 속 주인공이다. 그러나 수없는 드라마 중 하나라 치부하기에는, 흔한 출연 배우라 여기고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그들의 무게감이 너무 크다.

겹겹이 포장된 드라마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장애인이 겪는 냉혹한 현실을 이해하고 여러 생각의 기회를 갖게 돼 참으로 좋았다. 영희와 영우를 만나면서, 17여 년 전 미국 시골도시에서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본다. 시내버스에 장애인 휠체어가 오르는 장면이었다. 버스에 부착된 간이승강기가 휠체어를 들어 올려 버스 한켠에 자리 잡고 다시 출발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6, 7분. 바쁜 아침 시간이었건만 묵묵히 기다리며 혹 발생할 수 있는 추락에 염려를 보내주던 탑승객들의 눈길을 잊을 수가 없다. 더 놀라웠던 것은 버스운전사가 직접 운전석을 떠나 휠체어에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인구 15만의 소도시였는데 왜 그렇게 장애인이 많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시내 도처에서 그들과 마주쳤다. 장애인이 특별히 모여 사는 도시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곳은 평범한 미국 시골도시들 중 한 곳이었다.

2021년 국내 등록 장애인 수가 266만여 명으로 집계된다. 전 인구의 5%를 상회한다. 숨겨진 수치도 있을 터이니 어림잡아 보면 국민의 약 십사오 명 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통계를 보니 연간 약 6000명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장애 영역이 지체에서 청각 발달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2021년 신규 등록 장애인 중 0~9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7.4%로 10대나 2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가 눈에 들어온다. 비전문가이기에 정확한 원인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 가능한 추측은 급속한 도시화와 고도의 문명발달로 인한 아픔이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부산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부산의 등록 장애인 비율이 6.7%이고, 전국 최상위권에 속한다. 수치상으로 부산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과 배려가 절실한 도시라 여겨진다. 부산의 20세 이하 장애인 수가 약 6500명으로 개략 추산된다. 이들의 교육 현황이 궁금해졌다. 영유아에서 고등까지 특수학교가 공립 8개교, 사립 7개교 등 총 15개교다(누락이 있을 수 있다). 2022년 현재 공립 1363명, 사립 574명 등 총 1937명이 교육 대상자다. 여기에 일반학교 내 특수교육 대상자가 1716명이니 총 3653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비정규학교도 다수 있겠지만, 산술적으로 꽤 많은 숫자가 빈다. 허술한 계산법이라 오류이길 바랄 뿐이다.

영희와 영우는 장애인이지만 (예비)화가와 변호사라는 전문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영희는 실제 장애인 화가다). 특수교육의 필요성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가족의 헌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온전한 교육과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사회 일원으로서 그들의 능동적인 삶은 매우 어려운 것이 실상이다.

또 다른 경험의 예를 든다. 부산의 특수학교를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방문 학교들 모두 고지대나 동네 구석에 있었다. 심지어 산꼭대기 부근에도 있었다. 15개교 중 12개 학교가 그런 처지였다. 2013년 이후 멈춰서 있던 부산의 특수학교 건립이 재개된다고 한다. 국립대학이 주도하고 예술이 교육 주제이니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자리마저도 산림을 훼손한 고지대다. 특수학교는 왜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더욱 문제는 난항을 겪은 사업 추진과정 중에 우리사회의 편견의 벽은 더 높아졌고 냉소자의 수 또한 더 증가한 것 같은 두려움이다. 왜 이리 힘이 들까? 정부는 선진복지국가를 주창하고 있고 특수교육 대상자는 해마다 늘어나니, 특수학교의 증설은 당연하고 더 쉬워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산중턱 열악한 특수학교들의 평지로의 이전도 마땅히 추진돼야 하는 일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평지에 자리한 특수학교, 맘껏 안전히 걸을 수 있는 도심의 특수학교, 큰 공원과 결합된 특수학교, 편리한 버스와 지하철과 연결된 특수학교, 어디서든 15분 안에 도착 가능한 특수학교, 단 한명의 학생을 위해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특수학교를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생각을 바꾸어 보자. “특수학교에 내 아이들도 다닐 수 있다.” “그 학교 선생님이 내 딸과 아들일 수 있다.” 이런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런 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도시가 돼야만 진정한 복지시민이자 복지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특수학교는 모두가 거부하는 님비시설이 아니라, 분명 우리가 함께 돌보기를 주저하지 않는 핌비(Please In My Back Yard)시설이 돼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