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경급 간부들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집단 행동을 했다. 그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총경 190여 명(대면 50여 명, 비대면 140여 명)이 모여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서장을 맡고 있는 총경 650여 명 중 3분의 1 가까이 동참해 경찰국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지휘 체계가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간부들이 회의를 열고 정부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경찰국 반대 목소리는 경찰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나왔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주축이 된 탓에 파급 효과는 적었다. 반면 사상 처음으로 열린 경찰서장 회의가 안긴 파장은 크다.

회의에서는 수십 명의 총경들이 발언자로 나서 난상 토론을 벌였다. 주로 경찰국 신설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추가 대응 방안 등도 논의됐다고 하니 앞으로 경찰국 신설을 놓고 정부와 경찰 조직 간 마찰이 더 심화할 수도 있다.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총경들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우려를 표하고,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규칙 제정을 통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모였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회의를 처음으로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을 바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다른 총경들에 대해서도 감찰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청은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1일 총경급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회의 참여 자제를 요청했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상 경찰은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고, 상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직무와 관계 없는 장소에서 직무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류 전 서장은 “경찰청 조처가 타당하고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해 적절한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맞섰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뒤 수사 권한 등이 쏠린 경찰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경찰국 신설이 추진됐다. 이후 경찰이 지금까지 지켜온 중립성이 통제받지 않아도 될 만큼 가치가 있는지 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독립성 강화와 통제력 강화 논란이다. 정치권과 경찰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있다. 경찰서장들은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서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민은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집단 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에 앞서 이번 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를 먼저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