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하순 NATO 정상회담에 참여한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중국과의 날선 긴장을 만들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수출총액에서 중국이 25.3%로 1위다. 2, 3위(미국 14.9%, 유럽연합 9.9%)를 합친 것보다 높다. 그래서 대안 없이 정부가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만든다는 걱정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7월 26일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국이 대한민국의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라는 국제적 협력의 틀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발언했다. 칩4는 미국이 구상하는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이다. 수출 다변화를 위한 대안으로 경제수석은 유럽연합을, 한 총리는 IPEF와 칩4를 제시했다. 신정부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신정부는 조만간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탄소국경세다. 6월 2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탄소국경조정제(CBAM·탄소국경세)를 통과시켰다. EU에 수입되는 상품의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로,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등 9개 품목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2023년 1월부터 해당 품목의 수입업체는 EU 집행위에 온실가스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2027년 1월부터 탄소국경세가 부과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다. 신정부는 아직 대책이 없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우리나라는 EU에 660억 달러를 수출했다(EU 통계청). 온실가스 1t당 가격을 100달러로 가정할 때 전체 수출대금의 10%인 65억 달러를 탄소국경세로 내야 한다.(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이렇게 되면 EU 수출은 확 줄어들 것이다.
둘째, 미국 주도 경제안보동맹의 실체다. 지난 7월 19일 미연방 매체인 ‘미국의소리’(VOA)는 미 외교 전문가들을 통해 “칩4와 IPEF의 궁극적 목표는 첨단 분야에서 한국 투자를 미국 본토에 유치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미국을 선택하라는 이 동맹의 목표는 벌써 작동되고 있다.
5월 3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한미 정상회담 주요 논의 내용과 시사점’은 이를 잘 보고하고 있다. 5월 2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영역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약속한 직접투자 규모는 약 450억 달러(56조 원)다. 반면,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규모는 겨우 2억 2800만 달러(2800억 원)다. 한국은 대규모로, 미국은 미미하게 투자하는 것이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실체다. 결국 한 총리의 경제안보동맹은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대규모 해외 이탈로 나타날 것이다. 자본의 탈(脫) 한국이다.
셋째,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다.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워 수출과 투자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달되었다. 그러나 산업부는 향후 구체적인 RE100 정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정부에는 RE100 정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탄소국경세와 RE100시대에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찾고 있다. 신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을까?
7월 12일 산업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원전 비중이 30% 이상이 되도록 원전 생태계 복구를 지시했다. 재생에너지가 문제인데, 정부는 원전에 집중한다. RE100에는 원전이 없다. 그럼에도 원전에 몰두하는 신정부는 정도를 벗어나 있다. 결국 우리의 제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찾아 해외로 떠날 것이다. 제조업이 떠난 자리에 남은 노동자들과 가족들, 지역 공동체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있다면, EU에서 탄소국경세 보고를 하는 2023년이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탈탄소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간이다. 제조업이 있어야 수출 다변화도 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90%가 제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