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더 덥고 습한 듯하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많은 제약을 받아오다 풀려서인지 올여름은 유난히 피서지마다 북적여 더 큰 찜통더위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덥다고 짜증만 내고 움츠리기보다는 계절 변화라는 자연 법칙에 순응하며, ‘여름의 매력은 무더위에 있다’는 말로 위안 삼고 무더위를 생활에 나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일상은 더 행복하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여름은 5월 6일 경인 입하부터 8월 8일 경인 입추 전날까지를 말하나, 기상학으로는 6~8월을 여름으로 친다. 우리나라는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가 장마철이라 심한 더위는 없어서 7월 하순부터 8월 사이가 한여름이다. 여름은 장마에 태풍, 때로는 극심한 가뭄까지 자연재해가 가장 많은 계절이라 가끔 우리는 어려움에도 처한다. 그러나 장마철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도 있어 여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여름이란 계절에는 삼복(三伏)이라는 절기가 있으며 하지(夏池)가 지난 다음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立秋)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무더운 여름의 시작과 정점, 그 끝을 알려주는 이 시기를 ‘삼복더위’라 부르며 조선시대엔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로 높은 관리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고, 일반 서민은 개장국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며 더위를 물리쳤다.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피서(避暑)의 근원이라는 문헌이 있다.
여름에 먹는 시원한 콩국수야 말로 빼놓을 수 없는 계절식품이다. 다소 뻑뻑한 고소한 맛까지 곁들인 콩국물에 오이와 국수를 말아먹는 그 맛, 곁들여 먹는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도 여름 더위를 식히는 조상들의 맛 솜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여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름은 애호박이 가장 단맛이 나는 때이며, 여름 바다에서 나는 민어는 가장 기름기가 많이 오를 때라 하여 ‘민어에 애호박’이란 말이 있다. 애호박을 넣어 민어 매운탕을 끓이고 수제비에 호박부침 고명까지 얹어 한여름 제맛을 낸다.
여름은 푸른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을 흔히 녹음방초(綠陰芳草)의 시절이라 말하며, 모든 자연 생물의 성장과 푸르름이 극치를 이루는 계절이기도 하다. 배롱나무는 한여름 백일 동안 계속해서 꽃이 핀다고 해서 ‘목백일홍’이라 하며, 한여름철 꽃을 볼 수 있는 관상수로 조경에 많이 식재되기도 한다. 물론 한여름에 피는 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수국과 백합, 그리고 강렬한 햇볕을 받으며 피어나는 해바라기는 여름에 우리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는 꽃이기도 하다.
한여름 도심에서 가끔 소음공해라 느껴질 정도로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농촌 마을 어귀에 오랫동안 지켜온 고목에서 듣는 매미소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기도 하다. 흔히 여름새로는 논에서 우는 뜸부기와 백로 뻐꾸기 등이 있다. 화하만필(花下漫筆)에 ‘뻐꾸기 소리는 여름 산에서 듣는 것이 더욱 속 마음을 트이게 한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여름은 사계절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원래 사람들이 싫어하던 계절이 겨울이었으나, 2010년 중반부터는 여름이 겨울을 역전하고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됐다고 한다. 여름은 자외선이 가장 많은 계절이라 겨울보다 빨리 늙고, 그래서 지구촌 적도 근방에 자리한 국가의 사람들 수명이 다른 곳보다 20년가량 짧다고 한다. 게다가 여름에는 파리 모기 등 우리의 일상을 방해하는 해·곤충이 기승을 부리고, 전염병 식중독으로 인해 음식 보관을 조심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도 있다.
우리는 늘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 혜택 속에서 사계절이 가진 저마다의 특징에 적응·순응하고 이용하며 살아오고 있다. 자연의 순리는 첨단과학도 막기 어려우며 자연의 뜻에 거슬리면 결국 인류의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격적 무더위,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칠 정도지만 이것 또한 여름이란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다소나마 시원한 여름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