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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신냉전 시대를 살아갈 지혜

‘대립의 시대’로 회귀한 전환기, 각국 대비 분주

줄서기보단 협상력 키울 합종의 계책 고민해야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8-07 20:04:5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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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대전환기’다. 1989년 냉전 종식 선언과 1991년 구소련 붕괴로 “자유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를 선언한 ‘역사의 종언’(프랜시스 후쿠야마)이라든가 이념 대결이 끝났으니 이제는 종교전쟁인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의 시대라고 외치던 석학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는 다시 냉전의 한가운데 섰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을 촉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회원국의 안보에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기술한 새 ‘전략 개념’ 문서를 채택, 신냉전을 공식화했다. 2010년 ‘파트너’로 규정됐던 러시아가 불과 10여 년 만에 적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나토는 중국도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새로 인식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 양국 중심으로 짜였던 냉전 구도가 신냉전에선 미국을 위시한 자유주의 국가 대 러시아·중국으로 변형된 셈이다. 러중도 나토 회의에 맞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을 열고, 서방에 맞선 브릭스 기반의 독자적 자급자족 경제권을 제안하는 등 편 가르기에 나섰다.

신냉전의 전장은 유럽을 넘어 동아시아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중국 반발에도 지난 2일 대만을 찾아 “공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며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은 곧바로 군사 위협에 돌입, 지역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은 중국의 포격으로 시작된 1954~1955년 ‘1차 대만 해협 위기’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돼왔지만, 지금은 중국이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국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직접 충돌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대격변기를 맞아 각국은 대비에 분주하다. 사라진 줄 알았던 탱크와 미사일이 유럽 땅 한복판에 등장한 것에 깜짝 놀란 서방국은 앞다투어 군비증강에 나섰다. 나토 동맹국은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구소련 붕괴 후 대평화 시대를 맞아 군축 예산은 복지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곳에 쓰였지만 다시 군대 강화로 유턴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했고, 이 기회를 틈타 호시탐탐 ‘전쟁 가능한 국가’를 노려왔던 역시 2차 대전 전범국 일본도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재무장은 헌법 개정과 연결되는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은 개헌 지지선(일본 의회 의석 3분의 2 이상) 확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안보가 경제와 직결되는 시대여서 이에 대한 발걸음도 빨라진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자국과 한국 일본 대만을 연결하는 반도체 동맹 ‘칩4’를 만들려는 게 대표적 시도다.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도 대응이 필요한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연횡’ 전략을 택한 듯싶다.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 약소국의 외교술로, 합종과 연횡은 차이가 있다. 합종은 약자끼리 단결해 강자에 대응하는 전술이고, 연횡은 강자 밑에서 안위를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한 달여 전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참여하며 신냉전 시대 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에 확실히 줄을 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동맹 강화를 외쳐놓고는 지난 4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한 땐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며 전화통화만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한미 동맹이 굳건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협상력을 키워, 국제사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비전부터 먼저 제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든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 인해 세계 시계는 거꾸로 돌아갔지만 냉전 때와 지금의 신냉전이 같지는 않다. 각국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얽힌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체인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회원국이지만 오히려 전쟁 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 대열에서는 당당히 이탈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 경제권에도 발을 걸쳤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맹방이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엔 칼같이 선을 그었다. 하다못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밀당’을 하는 때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지금 지구제국은 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옛 로마 제국과 비슷하게 다인종 엘리트가 통치하며, 공통의 문화와 이익에 의해 지탱된다’고 했다. 양극 체제였던 냉전의 붕괴 후 성장한 다양한 세력이 실익을 위해 언제든 이합집산할 수 있는 시대다. 합종의 계책이 더 돋보일 수 있는 시기다. 물론 강자에 각개 격파당할 수 있는 합종의 약점은 내부 힘을 키워서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선정 신문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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