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다. 극심한 내홍에 빠진 여당이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될지 두고볼 일이다. 당권 싸움 구도가 재편되면서 여당의 내부 혼란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당내 세력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비대위 성격과 비대위원장 임기 문제 등이 명쾌하게 결론 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비대위 출범으로 ‘자동 해임’ 위기에 놓인 이준석 대표가 법적 대응 등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비대위만 띄우고, 권력 투쟁이 되풀이될 경우 당은 헤어나기 어려운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절차적 준비를 마무리한 국민의힘은 내일 전국위원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당헌 개정안 및 비대위원장 임명의 건을 의결하면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여당이 심기일전할 당내 조직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비대위 인선은 물론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 논란 등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적지 않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할 당 대표를 뽑는 전대 시기는 쉽게 정해지질 않을 것 같다. 비대위 출범 직후 바로 전대 준비에 들어가 오는 10월 이전까지 새 지도부를 꾸리자는 조기 전대론과 새해 예산처리를 끝낸 다음 내년 초 열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맞물려 조기 전대 준비를 위한 ‘관리형’과 당 체질 및 시스템을 바꿀 ‘혁신형’ 등 비대위 성격을 놓고 각 세력 간 셈법은 제각각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 뒤 내부 갈등 양상이 더 꼬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의 마지막 관문인 전국위원회에 맞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비대위 의결의 효력 정지는 물론 추후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더 나아가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까지도 가처분 신청 대상에 올려놓고 막판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대표 지지 인사들도 집단소송과 탄원서 제출 및 토론회 개최 등 전방위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수용될 수도 있어 이 대표가 실행에 옮긴다면 당내 상황이 수습 곤란할 지경으로 흐를 판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정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윤석열 정부 초기의 집권 여당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는 ‘비정상’을 자초했다는 평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고 하지만, 당내 권력 투쟁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이준석 쫓아내기’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렇더라도 외곽에서 당내 혼란을 부채질하는 이 대표의 처사도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안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꼴이다. 나라 안팎이 엄중한 현실에서 여당의 ‘비상 상황’이 확산된다면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은 본분을 잊지 말고 현명한 대처로 체질 개선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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