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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치된 조현병 환자는 국가 책임이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08 19:04:4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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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의 정신장애인 이용시설에 가보면 ‘회원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글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정기적인 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으며, 타인에게 위협적인 언행 등으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당뇨나 고혈압 등의 신체적 질병의 경우 타인에게 위협적인 언행 등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책임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정신질환은 신속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받고 난 뒤에도 지속적인 질병 관리가 되지 못할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여타 신체적 질병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일부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해 방화 등의 사건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복지정책이 여전히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공공의 안전’이라는 두 축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이념은 모든 국민이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고, 모든 정신질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정신질환은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그 가능성이 노출되어 있고,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가 우리나라에만 적게 잡아도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환자와 함께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는 가족이나 동거인까지 고려하면 최소 두세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코 적지 않은 정신질환자는 치료하고 지속적인 추후 관리가 필요한 것이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대책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정신질환 발병에 따른 치료 개입은 신속하고 쉽게 가능해야 한다. 단기간의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질병 관리가 이행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기존 정신건강복지법의 틀에서는 어느 누구도 위기 상황에 처한 정신질환자의 신속한 치료 개입을 꺼리게 돼 있다. 특히 가족이 없는 정신질환자에게는 질병 자체가 방치되어 치료 개입과 지속적인 증상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돌리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와 국가가 질병에 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환자 당사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환자 개인과 가족이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질병이 아닌 정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질병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적절한 치료와 사후관리에 개입하지 않으면 일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방화와 살해 등으로 다수의 정신질환자에 관한 편견과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신질환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정신건강복지정책은 환자의 인권과 공공의 안전이라고 하는 두 축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인권에 치중하다 보면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공공의 안전에 치우치다 보면 환자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 당사자의 인권 보호와 공공의 안전이라는 두 가지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요 없는 강제 입원과 장기 입원을 줄이겠다는 정책적 의도는 좋지만 현란하고 까다로운 제도적 절차에 발이 묶여 빠른 치료를 놓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의 범죄라고 하는 사회문제를 낳게 되는 것이다.

하루빨리 정신질환의 신속한 치료와 지속적인 사후관리에 대한 폭넓은 인식 개선과 함께 그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관리하는 ‘국가관리책임제’를 마련해야 한다. 정신질환의 치료와 관리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방화와 살해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김종천 마음향기병원장·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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