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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이기적 유전자’보단 ‘생명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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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2-08-08 19:05:4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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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오래전 대학생 필독서가 됐다. 유전자가 사회문화적 권력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분자생물학은 현대 생명과학과 의학에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런 경향을 촉진한 책 중 하나다. 그리고 스스로 일으킨 유전자 권위의 수혜를 되돌려 받아 45년 동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의 위치를 누렸다.

그림= 서상균 기자
필자가 의학 연구에 종사한 지난 35년간은 유전자 생명관이 압도하던 시기였다. 현대 기초의학 연구는 유전자 생명관을 정상과학으로 전제하고 그 틀 속에서 움직인다. 인간게놈연구 이후 인체의 모든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면서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특이 유전자의 기능을 항진시키는 유전자 과발현법과 억제하는 유전자 삭제법은 내 실험실에서도 기본 연구기법이었다. 필자도 유전자 패러다임 속의 한 과학자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를 생명과학 분야 대표 도서로 여기는 경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자연계열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의 필독서 위치까지 차지했다. 독후감과 유명 학원강사의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널렸다. 더군다나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필독서 목록에 이 책이 들어 있다.

매우 못마땅하다. 이 책은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명현상을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가 밝혔듯 생명체가 이기적인 존재인지 이타적인 존재인지를 탐구한 철학책이다. 유전자가 지배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 책의 철학적 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 도킨스는 모든 동물은 이기적으로 태어났으며, 이기주의를 만들어내는 기본 단위는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생명체는 유전자를 매개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자기 생존과 번영을 위해 유기체의 행동을 완전히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하려는 환원주의 입장은 강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유전자가 현대 생명과학에서 주요한 권위를 가졌지만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로 환원해 설명하는 철학적 태도는 한계를 가진다.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현상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적 태도는 사회생물학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더 큰 오류를 빚는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모든 사회적 동물의 행동은 유전자 코드에 의해 정해진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조차도 유전자 체제가 표현된 형태라고 설명한다. 고귀하고 희생적인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도 유전자가 자신의 번성을 위해 인간을 조종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타당성이 매우 부족하다. 자식을 이타적으로 사랑하는 부모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따르는 반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유전자에 저항한다는 설명이 가능한가?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본능적 행동영역을 일부 설명할 수 있으나 인간 행동의 다양한 의미를 죄다 설명할 수는 없다. 생물에서의 이타주의를 탐구한 ‘이기적 유전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기했다는 가치가 있을 뿐이다. 생명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로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다.

반면 생명현상을 유전자와 같은 구성 성분으로 분해해 설명하는 데 반대하고 통합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데니스 노블의 ‘생명의 음악’이 대표적 책이다. 그는 생명현상을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과 통합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 음악의 요소로 대비해 풀어냈다. 생명은 음악가 음조 공연장이 모여 하모니를 이룬 음악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명현상을 가장 낮은 레벨의 분자나 유전자로 분해해 떼어 놓고 이해하려는 분자생물학적 경향을 거부한다. 악보 작곡가 공연장이 음악 자체가 아니듯, 유전자도 생명 자체는 아니다. 필자도 데니스 노블 편이다. 의학도 및 생명과학도들에게는 ‘이기적 유전자’보다 ‘생명의 음악’이 더 중요한 필독서이다.

유영현 동아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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