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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웰컴 프라임 미니스터!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09 19:39:0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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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 또는 내각책임제라 불리는 정부 형태를 가진 국가들의 행정부 수반을 통칭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수상 또는 총리라고 번역한다. 미니스터(minister), 즉 장관 중 으뜸이라는 의미다. 내각제 정부의 장관을 통칭 미니스터라고 한다. 목사도 영어로 미니스터다. 미니스터의 어원은 종교의식 등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었고, 주민을 위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도 미니스터라 부르게 되면서 행정부 장관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장관을 비서(secretary)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비서라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장관을 미니스터로 번역한다. 단지 관행이 아니라 정부 예규로 그렇게 정해 놓았다. 장관을 대통령의 비서로만 여기면 장관은 대통령의 수족일 뿐, 장관의 언행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의 책임이 된다. 반면 미니스터는 독자적 권한과 지위가 보장되고 국민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대통령제 정부인 우리나라에서 장관을 정부 예규로 미니스터로 번역하라 정해 놓았는데, 실제로 미니스터처럼 해왔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내각제 정부의 수상은 임기가 없다. 국회에서 불신임당하면 그만둬야 한다. 내각제 정부를 가진 나라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4개 정당이 국회에 입성했다고 가정해 보자.

A당은 총 의석의 40%, B당은 30%, C당은 20%, D당은 10%. 제1당인 A당과 C당이 연합(40+20=60)해서 과반을 만들어 내각을 구성하고, 수상은 제1당인 A당 대표가, 장관은 두 정당이 협상해 나눠 갖는다. 내각제 정부의 장관은 일단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들만 자격이 있다. 그런데 A당과 수상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C당은 연합을 깨고 B당, D당과 합세해 내각불신임 의결을 할 수 있고, 그럼 수상과 함께 내각은 총사퇴하게 된다. 이 경우 수상은 의회해산권을 행사한 뒤 국회의원 총선거를 실시토록 해서 다시 국민의 뜻을 물어볼 수 있다. 의회해산권은 국민적 지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함부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

잦은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에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각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 국민은 평상시에도 전쟁 위기의 우려 속에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하고, 최소 5년은 대통령이 뭘 하든 기다려줄 정도로 복종적이지 않다. 평상시의 평화로운 생활은 즐기지만 위기 시에는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국민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우려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지지율 하락만으로 탄핵을 얘기해서는 안 되지만, 최근 불거져 나온 용산 이전 공사 수의계약이나 특정 무속인 관련 의혹 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전개와 비슷해 보인다. 사적 인연으로 채용된 대통령실 근무자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원조인 미국의 대통령제도 엽관제를 기반으로 시작했고, 우리 대통령 비서실도 흔히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불리는 정무직 또는 별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돼왔다. 문제는 사적 인연이지만 자리에 맞는 자격과 능력을 갖췄는지에 관한 국민적 의문에 대통령실의 해명이 한심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가 달라졌다. 대통령실 정부 여당이 계속, ‘전에도 그랬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는 인식과 태도를 보이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이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제의 유통기한은 끝났다는 의미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한민국 정치에 큰 상처를 남겼다. 보수와 진보, 좌우 진영 모두에게 흉터와 짐을 남겼다. 전국 광장을 뒤덮었던 촛불은, 당시엔 순수한 열정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일부분 광기도 섞여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번의 대통령 탄핵은 한국 정치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그런 비극으로 치닫기 전 내각제 개헌으로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차동욱 동의대 행정정책학과 교수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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