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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의료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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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992년 국내 한 의료전문지가 전국의 인턴·레지던트 등 20~30대 젊은 의사 240여 명에게 이런 요지의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급의료체계의 불합리성을 꼽은 응답이 50%로 가장 많았고 의료자원의 지역적 불균형(44%), 낮은 의료수가(44%) 등이 뒤를 이었다.

그 무렵 의사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공의(수련의)를 모집한 25개 진료과목 중 11개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지면서다. 이른바 3D 직종으로 분류되는 외과와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정원에 훨씬 못 미친 반면 인기과는 지원자들로 넘쳐났다. 특히 흉부외과에서는 지원율이 36%에 그쳤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비슷한 양상이다. 국내 주요 수련병원들의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그런 추세가 여실히 드러났다. 소위 인기과들은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란 말로 불린 지 오래됐다. 비인기과 중에서도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와 같이 생명을 직접 다루는 ‘바이탈(vital)과’와 ‘비(非)바이탈과’사이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이야기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한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져 숨진 사건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해당 간호사는 출근 직후 뇌출혈로 같은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는데 당시 원내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부재해 수술을 못 받았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공교롭게도 담당 의료진 2명은 당시 모두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메이저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충격적이고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인력 부족을 비롯한 의료 불균형 구조가 화두를 이룬다. 하기야 힘들고 어려운 진료 분야를 기피하는 풍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사들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필수의료만큼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간 불균형도 마찬가지다. 흉부외과 전문의 수만 해도 서울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10배 넘는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로 인한 불편과 손해는 지방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엊그제 브리핑에서 필수의료 인력 확충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늘 그랬듯이 뒷북 대응이지만, 이번에는 미봉책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구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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