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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유동성 분배와 확대재정의 인플레이션 정책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15 19:29:3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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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6.3% 올랐다. 걱정될 만하다.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나는가? 보통 우리는 한 가지 원인만 언급하면서 대책을 마련하지만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원인을 두고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

요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첫 번째 주장은 이렇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고, 그 돈으로 물건의 구매량을 늘리니 물가가 오르게 되었다. 과잉유동성과 과잉수요로 물가상승을 설명하는 이런 주장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주류경제학’의 인플레이션론이다.

그러나 ‘비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200년 전과 달리 현대기업은 규모가 크고 기술도 발전했다. 이런 대기업들은 공급량을 늘려도 비용이 상승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는 수요의 증가가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수요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쪽에 있다. 공급의 영역에는 원자재와 노동이 투입된다. 예컨대, 노동자들의 힘이 강해지면 임금이 인상된다. 기업들은 이 인상분을 대체로 상품가격에 반영한다. 또, 원유가격이 오르면 모든 제품의 생산단가가 오른다.

종합해 보자. 인플레이션의 진원지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라는 것이며, 그중에서도 ‘비용’이 물가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공급 쪽에 눈을 돌리면서 비용에 주목하는 비주류경제학자들의 이런 견해를 ‘비용압박 인플레이션’론이라고 부른다.

이제 작금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자. 올해 1~4월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총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6.1% 인상됐다. 6.3% 인플레이션율과 거의 일치한다. 그렇다면 임금이 물가를 끌어 올렸나? 속을 들여다보면 속단이란 게 금방 드러난다.

이 기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임금증가율은 10.4%였으나, 중소기업의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임금이 차별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임금인상이 대부분 ‘빵빵한 기업’과 ‘정규직’ 위주로 이뤄진 것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정규직은 인플레이션을 크게 상회하는 10.4%의 임금상승률로 비용을 압박해 나갔다. 공급 쪽에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빵빵한 기업의 정규직 임금일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빵빵한 정규직이 높은 소득과 과잉유동성으로 수요를 촉진시켜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견인했을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물가가 오른 제품은 빵빵한 기업의 정규직들이 소비하는 고가의 공산품이나 ‘여가재’가 아니라 주로 농수산물이나 생필품이다. 월급 더 오르고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밥을 두 그릇 먹는 부자는 없다! 빵빵한 정규직도 작금의 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견인했을 리도 만무하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 6.3%보다 낮은 4.6%에 지나지 않으니, 이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수요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과잉유동성 역시 그림의 떡이다! 그 많던 유동성은 누가 다 가져갔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 및 곡물가 상승과 국제적 유가상승이 이번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로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이 각각 35.1%와 25.9% 급등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과잉유동성은 물론 과잉수요와 별 관계가 없다. 우리 경제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지 않는다. 원인은 공급 쪽, 그중에서도 원자재비용의 압박에 있다. 비용압박인플레이션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주류경제학의 전사’인 한은총재와 경제부총리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귀신에 홀려 애먼 수요를 탓하면서 긴축재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긴축재정은 안 그래도 부족한 중소기업노동자와 비정규직, 그리고 빈곤층의 수요를 악화시킬 뿐이다. ‘짠테크’와 ‘무지출챌린지’로 내몰린 이들의 수요부족은 공급을 줄여, 궁극적으로 국민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다.

지금은 중저소득층의 부족한 수요를 촉진할 확대재정이 필요하다. 정녕 인플레이션이 염려되는가? 이미 살포된(!) 과잉유동성을 정의롭게 분배하고, 빵빵한 고소득층의 소득에 증세하라.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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