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10개월 반 만에 난 결론이다. 그는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관여했음에도 ‘사찰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사찰한 내용을 알지도 못한다’며 12회에 걸쳐 허위의 사실을 공표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은 있으나 박 시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은 전문(傳聞)증거에 불과하고 청와대에 전달된 원본도 아니어서 박 시장이 요청했거나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시장이 이 문건의 요청·보고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문건에는 당시 박 시장이 맡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나 정무수석의 요청으로 사찰했다는 내용이 있으나 이것이 박 시장이 요청했는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때 홍보기획관실에서 근무한 국정원 직원은 자기가 직접 박 시장에게서 요청사항을 들은 것은 아니고 비서관이나 행정관을 통해 전해 들은 것을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홍보기획관실 비서관이나 행정관 역시 홍보기획관에게서 문건 작성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 역시 법정에서 “문건에 기재된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은 국정원 상급자가 내부 보고서를 검토할 때 청와대 어느 부처의 요청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표기다” “홍보기획관실 소속 국정원 직원이 본원에 요청하는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 등으로 진술한 점도 문건의 존재만으로 박 시장이 사찰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변호인 측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박 시장을 기소하면서 낸 의견에 징역형을 구형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형의 구형은 죄가 상당히 중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갈 때 이뤄진 실제 구형에서는 벌금 500만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왜 이렇게 구형량이 낮아졌을까. 그 사이 수사 지휘부가 바뀌었고 무엇보다 정권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같은 검찰인데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권 하에서 이 사건을 대하는 관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1심만으로 유·무죄를 재단할 수는 없다. 항소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1심 재판부의 판결을 토대로 판단해볼 때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박 시장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기소가 되고 재판에 불려 다니면서 시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목숨줄이나 마찬 가지인 형사소송을 경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고를 앞두고는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생하기도 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아팠다고 한다.
박 시장이 겪는 고초는 박 시장 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최근 포항·경주와 함께하는 ‘해오름 동맹’ 연합시 결성에 나섰다. 25일 첫 실무협의회를 연다. 그가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경남에서는 특별연합 규약 등을 재검토하는 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박 시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메가시티 순항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도 하루가 아까울 정도로 시간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부산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불철주야 노력해도 모자랄 판이다.
1심이 무죄로 결론이 난 이상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수사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러니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수사할 때 혐의가 명백하다면 기소해야 하지만 애매모호할 때는 상대(피의자)의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철저히 수사해 뒷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현진 메가시티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