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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25 18:31:2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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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만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그룹B국(선진국)으로 분류했지만, 사실 한국은 그룹B 31개국 중 하나 정도가 아니다.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세계 중심국가다. 절대 국뽕에 취해 하는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한 증거는 넘친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외교회담을 가졌다. 핵심 주제 중의 하나가 반도체 연합인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동맹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회의 분위기가 의외였다. 중국이 한국의 칩4동맹 가입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부탁하는 방식이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보통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으름장과 보복으로 상대방 정부를 맹렬히 압박한다. 한국의 사드 사태 때가 그 예다. 그런데 사드보다 중국에 더 치명적인 칩4동맹에 대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한국도 자신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들 수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폴란드가 20조 원이 넘는 한국산 무기를 구입했다. K9자주포 K2전차 FA50 경공격기를 대량 주문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방산수출 5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은 8위였다. 5위가 되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다음이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을 넘어선다. 이것은 한국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시대에서 강병부국(强兵富國)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부국강병 시대란 경제력의 뒷받침으로 강력한 무기와 군대를 보유하는 시기를 말한다. 강병부국의 시대란 강한 군대와 무기력이 국가의 부로 이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만 가능하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여기에 속하는 국가가 됐다.

누리호 성공 역시 한국이 중심국이 됐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우주개발에 앞장선 국가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 7번째 위성발사국이 됐다. 달 탐사선 다누리도 발사됐다. 비록 로켓은 미국의 것을 이용했지만 7번째로 달 탐사를 시작한 국가가 됐다. 다누리 발사와 관련해 기술적 난제가 있었지만 미국이 적극 도왔다는 후문이다. 이유가 있다. 다누리를 통해 얻는 달 표면 정보가 미국에게도 긴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절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를 돕지 않는다. 한국의 우주탐사 능력이 미국의 관심을 끌만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방증이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자 한국 기업들도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도 철수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국민이 삼성폰을 계속 쓰게 해달라고 들고 일어났다. 요구를 받아들여 러시아 정부가 삼성폰에 대해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다른 수입업자를 통해 삼성폰을 유통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완전한 적대국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한국은 러시아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로서는 한국밖에 없다. 굳이 한국과 극단적으로 척을 질 필요는 없다고 러시아가 판단한 것이다.

이제 전 세계는 한국문화 즐기기에 돌입했다. 그 범주도 음악 영화 드라마를 넘어서 음식이나 언어와 같은 삶 자체로 확장되고 있다. 전에는 동남아시아나 일본 정도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한국 음식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한국의 포차가 그 모습 그대로 유럽에서 성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식 핫도그가 난리다. 한국은 미국의 핫도그(콘도그)와 달리 튀김식이어서 식감이 바삭하다. 여기에 감자와 설탕 같은 다양한 토핑을 핫도그 위에 뿌린다. 이런 것들이 미국인에게는 신기하고 맛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 핫도그 가게 앞에는 항상 긴 줄이 서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한글은 자칫(?) 국제 공용어가 될 판이다. 일본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 이름표에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한국어의 인기가 일본어와 중국어를 넘어섰다.

이런 일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작은 변방국에서 세계의 중심국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3가지 난제가 있다. 첫 번째는 주변국의 견제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노골적이다. 이것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둘째는 한국의 대외 의존성이다. 한국은 웬만한 소재와 부품, 장비를 수입해야 한다. 소재의 경우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것을 줄여야 하는데 대체 소재지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해당 소재가 아예 필요 없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인구감소다. 과거에는 매년 100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지금은 30만이 못 된다. 이 문제 해결의 시작은 국가 전체가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인식은 너무 한가롭다. 드문드문 매스컴에서 다루어지거나 인구소멸이 예상되는 지자체만 움직이는 정도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정말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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