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분야 이슈 관련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수산물은 주식(主食)도 아닌데 시장 개방 및 식량위기 등에 굳이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심지어 국가예산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필요하면 외국에서 값싸게 수입해 먹으면 되지 굳이 비싼 돈 들여 국내에서 수산물을 생산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쌀과 같은 주식이 아니므로 수산물은 없으면 없는 대로 혹은 육류 등 다른 식품으로 얼마든지 대체하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이러한 수산물에 대한 인식이 향후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국제적인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산 분야 혁신을 더디게 하는 나비효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늘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약 70㎏으로, 2000년 약 37㎏에 비해 무려 90%나 증가했다. 건강식품으로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수준은 쌀 소비량과는 동일하고, 육류보다는 높다. 작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실질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쌀 소비를 초과했다. 향후 쌀 소비량은 더 많이 감소하고 반면 수산물 소비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20년 전만 하더라도 쌀 소비량은 수산물과 육류의 2배 이상으로 명확히 주식이라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소비량 기준 수산물도 주식임에 틀림없다. 우리 국민은 미역국 고등어구이 오징어볶음 등 하루 세끼 중 최소 한 끼 이상 수산물을 먹는다. 너무 흔해서 그 가치를 모르고 있었을 뿐 수산물은 우리 건강에 쌀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산물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동물성 단백질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이고, 근육 장기 머리카락 손톱 등 피부나 근육에 필요한 영양소이다. 수산물은 아미노산 타우린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등의 성분이 풍부한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 중 수산물은 소나 돼지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기 때문에 향후 지속가능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도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산물은 단순한 음식의 범위 넘어 지역경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우리나라 연안지역 대부분이 수산물 생산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대게는 영덕 울진 등 경북, 멸치는 통영, 참조기는 전남지역 경제의 주력 수산물이다. 고등어로 대표되는 부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산물 생산지로 관련 사업체 수가 2만6000개 이상, 종사자 10만 명 이상으로 지역경제에서 수산물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수산물이 주식이 아니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나 성장 의지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 국내 생산은 소홀히 하고 외국 수입에만 의존하다 가격 폭등 등으로 끔찍한 식량안보의 위기가 초래된 사례는 국제적으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금(金)징어’ 같이 국내산 생산이 줄고 수입산마저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가격이 폭등하고,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수산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수산업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어업종사자수 또한 많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어업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젊은 신규 인력의 유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 수산선진국들은 수산업을 새로운 식품산업으로 전환, 대규모 기업형의 생산-가공-유통 혁신을 도모해 향후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주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인 1차 중심의 수산업을 2차 3차 최첨단 식품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수산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주식이라는 작은 인식 변화가 향후 수산업의 혁신과 눈부신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나비효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