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50원도 넘어섰다. 당초 외환 전문가들이 상단선이라고 제시했던 1250원, 1320원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렇게 되니 1400원까지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유튜브로 눈을 돌려보면 더 큰 원화 약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환율급등(달러 강세)의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물가상승이 너무 극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강력한 금리인상을 천명했고, 이에 글로벌 유동성들은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달러의 몸값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 26일 미국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무려 45번이나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는 건 절대적인 의무라고 했으며 큰 폭의 금리인상엔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라는 건 누울 곳이 있어야 발을 뻗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금리를 올려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기본은 돼야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한 번에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그나마 지금 전 세계에서 미국의 경제가 가장 좋다는 방증이다. 당분간 미국은 더 강력하고 거세게 금리를 올릴 것이고 미 달러화는 더 강해질 것이고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극심한 원화 약세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강력하게 진행되는 달러 강세, 킹 달러, 슈퍼 달러를 보고 있으면 의문점도 생긴다. 첫 번째는 국제유가 흐름이다. 정말이지 지금처럼 달러인덱스가 109까지 치솟는다면 유가는 벌써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져야 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는 반비례로 움직인다. 달러가 강하면 유가는 떨어지고, 달러가 약해지면 유가는 상승하는 구조이다. 이것은 지난 1973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맺은 “이 세상의 모든 석유는 미국 달러로만 거래한다”는 석유달러결제협정 때문이기도 한데 크게 보면 ‘종이돈의 왕’과 ‘실물의 왕’의 대립 구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달러가 강해졌지만 유가는 잡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라든지, 산유국들이 증산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명할 순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달러 강세 속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올라간다면 상황이 묘해지는 거다. 이건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를 각성하는 순간 이후 킹 달러가 어떻게 움직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두 번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의 흐름이다. 지금 채권시장에선 2년짜리 단기물 금리보다 10년 만기 장기물 금리가 더 낮은 ‘장단기 금리역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이 저렇게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또 올리겠다고 이야기하는데도 10년물 금리는 살짝 오르거나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 이 또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금 미 연준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처분해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QT)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10년물 채권금리는 계속 높아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현재 미국 달러화 가치는 정점을 모른 채 계속 오르는데 10년물 금리가 따라가지 않는다면 뭔가 어색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확인할 것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유가가 떨어지는가를 봐야 한다. 전쟁이든 감산이든 진짜 킹 달러가 맞다면 원유는 굴복해야만 한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승승장구한다면 지금의 달러 강세는 유로화와 엔화를 희생해 만든 결과물일 수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또 하나, 미국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 3.5% 위로 치솟는지 봐야 한다. 8월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선은 2.5%이고 이제 9월이 되면 3.25%로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데도 10년물 금리가 오히려 기준금리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도 그 변곡점을 만나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마지막. 9월 내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강력한 이탈이 나타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진짜 ‘킹 달러’라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채권과 주식을 다 내던지고 달러를 찾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달러 강세에 대해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