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만난 지인 A가 신용협동조합 예금 가입 방식 변경을 놓고 흥분했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A는 금리 인상기라 단기 예금을 자주 가입하는 데 신협 상품은 산하 지역조합이 많고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아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정부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금융권 신규 계좌 개설을 한달에 한번꼴로만 허용하다 보니 신협 상품을 이용하는 데 편법이 동원됐다. 신협 지역조합에 입출금용 신규계좌를 개설한 다음 당일 특별판매 예금 가입 후 입출금용 계좌는 없애는 것이다. 이 경우 계좌 개설 제한을 피하고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많다 보니 특판 가입 기회를 놓친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신협이 다음 달부터 비대면으로 특판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전일 계좌 개설을 의무화한 이유다.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껑충 뛰면서 허리띠를 졸라 매며 재테크를 하는 이가 많다. 주식과 코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0.1%p 예·적금 금리만 더 줘도 거래 은행을 바꾸는 ‘금리 노마드족’이 수두룩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p 올렸다.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일부 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소폭 올렸다. 대출금리 인상은 공시제도 개편으로 예대금리차가 공개되면서 미적거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지난 22일 시행된 후 미흡한 점이 많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리가 단순히 평균치로 공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공시만 믿고 은행을 선택하기 어렵다. 또 1금융권만 대상으로 하고 은행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가 대선 공약으로 등장해 호응을 받은 이유는 은행의 ‘이자 장사’ 논란 탓이다. 상반기 은행의 이자이익은 2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1000억 원(18.8%) 늘었다. 은행이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기준금리가 올라 대출이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아오른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겨냥해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섰다. 금리 인상이 되면서 서민의 빚 부담은 커졌다. 대출금리가 갈수록 오르면서 금융소비자가 감당하는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은행은 넘쳐나는 수익에 함박웃음이다. 물가 인상, 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중소기업과는 딴 세상이다.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 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 원을 넘겼다. 그런데 시중은행·산업은행 등의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 달 16일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19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93.4% 나왔다.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주 4.5일)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는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파업 결의에 한가하고 배부른 소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영업 시간을 줄였던 은행들은 1년이 넘도록 단축 운영을 유지하면서 금융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늘었다고 하나 반드시 은행을 찾아야 하는 업무도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창구를 찾아 업무를 보는 사례가 많은데 1시간 이상 대기하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일부 지점에서 점심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 직장인의 불만이 크다. 방역완화에도 단축 운영은 유지하면서 월급을 올려달라는 은행원의 행태에 누가 공감하겠는가. 우리은행(697억 원) 부산은행 (19억 원) 등 은행원의 횡령 사건이나 7조 원 규모의 비정상적 외화 송금 사건이 일어나도 속수무책인 게 국내 은행의 현주소다. 은행권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고, 수익을 어떻게 나눠먹을까 궁리만 한다는 비난에 귀를 막고 있다.
은행은 민간 기업이지만 금융업 면허를 국가로부터 받는 공공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수십조 원의 혈세가 공적 자금으로 투입된 배경이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나 공공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복합경제위기 상황이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6조4000억 원 늘었다. 금융취약계층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만 노력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권은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정부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