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만성 재정적자와 탈세로 골치를 앓는 나라다. 명품 브랜드 업체의 탈세도 잦아 당국은 지난 2014년 프라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각각 4억7000만 유로(약 6331억3700만 원)와 2억7000만 유로(약 3637억17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탈세와 마피아만 뿌리 뽑으면 이탈리아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해 1월부터 ‘영수증 복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사람은 복권 코드를 발급받아 현금, 신용카드 등으로 물건을 사면 된다. 상점 주인이 별도 단말기에 거래영수증 번호와 소비자의 개인 복권 코드를 입력하면 1유로당 1개의 복권 응모 번호가 자동 생성된다. 응모 번호 생성은 최소 1유로(약 1346원)에서 최대 1000유로(약 134만6000원)까지 가능하다. 최고당첨금은 100만 유로(약 13억4600만 원)다.
대만은 이탈리아보다 앞서 영수증을 활용한 복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물이나 껌 하나를 사도 영수증을 잘 챙겨준다. 영수증에는 고유의 번호가 있는데 2개월에 한 번씩 추첨을 통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영수증을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영수증 복권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1월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표준 양성화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신용카드영수증복권을 도입했다. 매월 1회 전월 사용 영수증에 대해 추첨을 실시했고 1등 당첨금은 1억 원이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직불카드를 포함시켰고 2005년에는 현금영수증 복권제도를 실시했다. 탈세를 막고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달성되면서 2010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국민의 소비를 유도하는 행사가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다음 달 1~7일 전국민 대상 영수증 추첨 방식의 ‘상생소비복권’ 이벤트를 진행한다. 행사기간 전통시장 골목상권 소상공인 판매점에서 3만 원 이상만 결제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1개 영수증당 1회 응모할 수 있다. 당첨 규모는 총 12억 원, 3500명으로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 1등(500명)은 100만 원씩 받을 수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질수록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중소상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이 같은 행사를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