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은 지난 7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72척 중 55%를 수주하며 상반기에 이어 세계 1위의 수주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고 발주량을 기록한 LNG운반선은 7월까지 101척이 발주됐는데, 우리나라가 74%를 수주했다. 선박 건조 비용을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7월 기준 161.57포인트로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째 상승했고, LNG 수요 증가로 인해 7월 LNG선가는 2억36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00만 달러가 오르는 등 여러 지표가 조선업의 호황기 진입을 나타낸다. 13년 만의 최대 수주실적을 달성하고 회복 국면에 돌입한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주량을 차질 없이 건조할 수 있는 생산역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조선산업의 외부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코로나19와 장기 불황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투자 규모는 감소했고, 떠난 숙련 인력은 복귀하지 않으며, 신규 인력 유입은 더디다. 일부 업체는 작업 물량을 조선사에 반납하기까지 하고, 중소조선업계의 생산현장은 현재까지도 많은 작업이 수작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힘든 작업 환경에 비해 낮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 환경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중요한 환경변화다. 또한 글로벌 시장은 ESG 경영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중국 일본 유럽 등 경쟁국의 기술 추격과 저가수주로 글로벌 생존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서 미래 조선산업의 글로벌 리더를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 조선산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는 깨끗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기반으로 생산성이 높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양한 중장비와 많은 인원이 여러 공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하는 제조업의 경우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수주량을 회복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선업에서는 56건 65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몇 년마다 발생하는 대형안전사고는 안타까운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기회손실비용도 매우 크므로 안전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스마트 작업 환경 없이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센서 등을 통해 작업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며 실시간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스마트 작업 환경이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혁신시키는 디지털 전환이 산업 각 분야에서 추진된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솔루션 등 ICT 기술을 플랫폼으로 구축해 기존 기업 운용과 서비스를 혁신시키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산업은 반도체 전자정보통신 자동차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산업에 이어 디지털 전환 순위 7위로 다른 주요 제조업에 비해 뒤처졌다. 지금은 세계시장을 선도하지만 부진한 디지털 전환으로 조만간 우리 조선산업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친환경·스마트 선박의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유한 설계·생산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친환경·스마트 선박과 스마트 야드는 디지털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지털 전환으로 조선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조선산업 디지털전환(DX) 제조혁신 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중소조선연구원은 조선업 생산현장의 깨끗하고 안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HSE 기술지원 사업을 기획 중이다. 이를 통해 인식개선에 기여하고 지속적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기대한다.
우리나라와 경쟁국 간 기술 격차는 매년 좁혀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성패는 누가 먼저 그 시대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렸다. 조선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안전성 강화를 균형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디지털 전환이 그 초석이 될 것이다.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