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적 의제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이라 요약할 수 있다. 민간 주도란 기업주도이며 시장 중심은 정부지출 감소(긴축재정)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자율성 증대를 말한다.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확인된다. 법인세 인하, 긴축 재정 및 재정 건전성 강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 삭감 등에서 볼 수 있다. 주택은 분양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일자리는 기업 투자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한 유효한 대안인가? 경제 정세를 보자.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5%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에너지 가격, 식량 가격 상승이 근본 원인이지만 저금리로 유동성 과잉이 동반된 결과다.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이라 정부 개입의 여지도 작다. 금리 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 외의 다른 대응 수단이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방준비위원회(미국중앙은행)는 지난 7월 0.75%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자이언트 스텝이라 불린다. 그런데 8월 26일 연준 의장 파월은 다시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미국이 다시 금리를 0.5%p 혹은 0.75%p로 올린다면 한국은행도 연말 다시 금리 인상을 할 것이다. 이자율 인상은 대출심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이는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투자를 억제한다.
수출도 정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수출 성장을 주도하던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반도체 가격 인하 폭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 조짐과 함께 과잉 공급이 원인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2021년(8.1%) 대비 올해 반토막(4%대 초반) 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요를 증가시킬 여력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기조는 긴축이다. 정부는 2023년 본예산을 2022년 대비 5.2% 증가한 639조 원이라고 했지만, 올해 추경예산을 감안하면 사실상 총예산은 6.0% 줄었다. 24조 원 규모의 지출을 조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해외수요 위축과 수출 전망은 불투명하고,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되고, 주택거래 절벽으로 건설투자도 감소하는 국면에서, 정부지출마저 감소한다면 경제성장의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현 정부는 기업 중심의 투자 증대를 기대하는 듯하다. 투자 촉진을 위해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25%인 최고 세율을 OECD 평균인 22%로 인하할 예정이다. 세율 인하로 이윤 동기를 증가시키고 배당 수익도 늘려준다면 기업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과연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는 활성화될까? 경제학의 통념상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 투자가 활발해진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 결과도 많다.
지난 6월 ‘유럽 경제 리뷰’에는 법인세 인하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게재되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학자인 게하르트와 하임베르거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44편의 논문에서 총 441개의 실증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법인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출의 정체 국면에서는 세율 인상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증가시키는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윤 정부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이면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 정책으로서의 시장 근본주의는 퇴색된 지 오래다. 법인세율 하락이 곧바로 기업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법인세 인하는 재정수입을 줄이는 반면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이자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재정 지출마저 줄이면 경제는 병들고 우리 사회가 지닌 성장 잠재력은 고갈될 수 있다. 정부의 역량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