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력한 세력을 유지한 채 어제 오전 4시5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해 2시간20여분만에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상륙 당시 중심 기압은 955헥토파스칼(h㎩)로 태풍 사라 매미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최대풍속은 초속 40ｍ로 ‘강’의 강도를 지닌 채 남해안 지역을 지나가면서 곳곳에서 건물과 도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에선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크고 작은 물적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전국적으로도 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고 잠정 집계했다.

힌남노는 경남해안에 상륙한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당겨진데다, 빠져나가는 시간도 짧았다. 역대급 위력에 비해 그나마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다. 또한 수일전부터 태풍 피해를 우려하며 정부와 부산시, 각 구군과 민간이 나서 철저한 대비를 한 것이 주효했다. 시는 그제 오전 9시를 기해 위기대응 단계를 ‘비상3단계’로 격상하고, 7600여 명의 공무원을 비상 대응에 투입했다. 구군은 산사태 및 침수 위험지역 주민들을 사전 대피시켰다. 부산과 경남교육청은 일찌감치 부산·경남의 모든 학교에서 어제 원격 수업을 하도록 결정,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부산과 경남에서는 학교와 교육 시설 60여 곳에서 태풍으로 인한 시설 파손이 확인돼 학생들이 등교했더라면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정부와 시가 총력 대응했으나 태풍이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서 부산지역 바닷가 인근 도로와 상가의 피해는 컸다. 서구 송도해수욕장 거북섬 앞 해안도로 인근은 아스팔트가 종이짝처럼 찢겼고 상가건물 유리창 100여 장이 박살났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인근 상가도 태풍 피해를 입었으나 다른 지역 해안보다는 피해 규모가 적었다고 한다. 이는 이곳이 태풍 때마다 파도가 넘치는 상습피해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어느 정도 대비가 됐기 때문이다. 시는 해안가의 자연재해를 줄일 총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더 강력한 태풍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은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적었으나 경북 포항은 인명 피해가 컸다.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이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 방송을 하면서 빚어진 사고다. 이곳에서 실종된 입주민은 7명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물이 인근 하천에서 범람하면서 지하주차장으로 한꺼번에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컸으나 관리사무소가 잘못된 상황판단으로 사고를 유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선 이날 오전 태풍 영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피해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또다시 닥칠 수 있는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