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자이온 국립공원에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이란 유명한 하이킹 코스가 있다. 이름에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듯 천사들이 다니는 길이라면 인간이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앤젤스 랜딩은 굉장히 위험하다. 보통 절벽을 상상하면 깎아지른 낭떠러지는 길의 한쪽에 있다. 반면 앤젤스 랜딩은 폭 1m도 되지 않는 좁은 등산로 양쪽으로 천 길 낭떠러지가 펼쳐져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네발로 기어간다. 누군가는 면도날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영남 알프스의 신불산 칼바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앤젤스 랜딩 입구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커다란 경고판이 서 있다. 이 코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해 놓았다. 그러면서 2004년 이후 6명(2015년 4월 기준)이 떨어져 죽었다고 겁을 준다. 그런데 그 경고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망자 숫자가 아니다. ‘당신의 안전은 당신 책임이다’고 적은 부분이다. 앤젤스 랜딩에는 각종 안전 장치가 확실하게 설치돼 있다. 다만 아무리 안전 장치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키라는 뜻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위험한 장소에는 당연히 안전 장치가 있지만, 그 이상은 방문객 스스로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행정기관이 안전 장치를 설치할 뿐만 아니라 강하게 통제하면서 안전 전체를 책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름 해수욕장 개장철의 안전 관리다. 익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영 가능 구역을 설정하고 전문 인력을 촘촘하게 배치해 감시한다. 덕분에 시민은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올해 부산의 해수욕장에서는 4년 만에 익사자가 없었다.
지난 5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국가 전체가 비상 상황에 들어가 대비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부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유튜버들이 셀카봉을 들고 개인 방송을 해 전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한 유튜버는 안전 장비도 없이 한 손에 셀카봉을 들고 마린시티의 위험 지역으로 갔다가 벽을 넘어온 대형 파도에 휩쓸렸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다른 유튜버와 BJ도 바닷가 곳곳에서 경찰과 안전 요원의 감시를 피해 개인 방송을 했다. 만약 이들에게 사고가 났다면 누가 책임지나. 앤젤스 랜딩의 경고판이 답을 말해준다. ‘당신의 안전은 당신 책임이다’.
김희국 신문국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