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신명연의 ‘양귀비꽃’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18 19:04:3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상 일 중에 예술만큼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없음에 많은 예술 지망생들이 절망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그래서인지 예술가 집안에서 좋은 예술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신명연의 ‘양귀비꽃’.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국의 명문장 ‘당송팔대가’ 중에도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세 사람은 한 집안 삼부자이다. 소식이 바로 소동파(蘇東坡)라 불리는 그 유명한 문장가이다. 그가 왕유(王維)의 그림과 시를 평하여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 한 평은 조선시대 문인화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강세황 김홍도 김정희 등 남종문인화의 중심을 이루는 화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동파를 숭배할 정도였다.

조선시대에도 대를 이어 예술적 재능을 보인 집안이 많다. 그중에서도 조선 후기 사족 문인으로 유명한 신위(申緯)와 두 아들 신명준(申命準) 신명연(申命衍)은 모두 시·서·화에 능해 일세를 풍미했다. 이들의 재능은 마치 중국의 소동파 삼부자를 보는 듯하다. 신위는 중국 사행을 다녀온 이후 중국 서화풍의 영향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시·서·화 삼절(三絶)이라 불릴 정도로 모든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맑은 화풍의 산수화를 잘 그렸으며, 동기창체(董其昌體)를 자기화 한 글씨는 ‘자하체(紫霞體)’라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 맏아들 신명준은 아버지의 서화풍을 그대로 이어받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화에 관한 예술적 재능은 둘째 아들인 신명연(1808~1886)이 가장 뛰어났다. 처음에는 형과 함께 아버지에게서 서화를 배워 남종문인화풍의 모습을 보였다. 신위가 중국을 다녀오며 교류한 중국 화가들의 작품이나 틈틈이 수집한 중국 서화를 통해 청대(淸代) 화풍을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에 부친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척 관계였던 사대부 화가 윤정(尹程) 이건필(李健弼) 등과 교류하며 새로운 서화 양식을 습득한다. ‘개자원화보’ 등 당시에 중국에서 수입된 여러 화보의 그림을 보며 공부한 듯하다. 그중에서도 꽃 그림 분야에서 감각적이며 산뜻한 채색과 참신한 묘사로 일세를 풍미했다.

이 작품은 신명연의 장기인 꽃 그림으로 ‘양귀비꽃’을 그린 것이다. 고운 천에 먹과 채색을 사용하여 단정하면서도 정교하게 그렸다. 조선조 전체를 통틀어도 이렇게 아름답고 감각적인 꽃 그림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꽃 이름 자체가 중국의 경국지색인 양귀비(楊貴妃)에서 유래했으니 오죽 아름답게 그렸을까? 한때 이러한 그림은 담담한 느낌의 문인화와 달리 화려하고 경박하다 하여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어떤 이는 정신성을 담지 못하고 꼼꼼하게만 그리는 공필화(工筆畵)로 취급하여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식적인 소재나 화려한 색감을 중시하는 현대미술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장점이 많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조선시대 서화 중에서 이런 단정한 꽃 그림은 새로이 평가해야 할 중요한 미술 갈래라 할 만하다.

황정수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