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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글로벌 에너지 위기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9-20 19:44:4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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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값 및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관련 제품값도 최고 48%까지 인상 발표되자 생필품 ‘사재기’가 또다시 극성이고, 버스요금 인상설에 자극돼 미리 쇠표(토큰)를 사두려는 시민이 판매소에 줄을 이었다.” 국내 한 신문의 1979년 7월 11일자 보도다. 비슷한 시기에 사라졌던 물레방아가 다시 등장하고, 모터를 장착한 동력선이 돛을 달고 출항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지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요즘처럼 층마다 서지 않고 격층 단위로 멈추는 형태로 설계됐다. 엘리베이터가 아래위층이 나뉘는 계단참에 서는 바람에 주민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귀가해야 했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전세계가 극심한 에너지 부족 사태에 휩싸였던 1970년대의 고달픈 일상이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일본 국민이 겪었던 에너지난도 이에 못지 않다. 장애인·노약자용을 제외한 모든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가동이 중단됐다. 초밥집의 회전 레일이 멈춰 섰고, 자판기 사용도 지역에 따라 부분 또는 전면 제한됐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쓰는 건 기본이고, 수세미 등 덩굴식물로 햇빛을 차단하는 ‘녹색커튼’을 활용한 실내온도 저감 방법이 유행했다. 손님이 줄면서 휴업하는 선술집도 속출했다. 그런 국민적 인내로 전력 수급의 마지노선인 ‘15% 절전’ 정부 방침에 부응했다.

올겨울 지구촌에 ‘오일 쇼크’와 ‘후쿠시마 전력난’에 버금가는 에너지 위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러시아가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 사용량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초비상 상태다.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면서 월세를 능가하는 실정이다. 식기세척기 탈수기 등 꼭 필요하지 않은 가전제품은 쓰지 않는다. 스위스 정부는 최근 “다른 사람과 함께 샤워하라”는 절전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국민 사생활까지 관리하려 한다”는 반발을 샀지만, 에너지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역시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장 다음 달에 큰 폭의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물가에 미치는 전기·가스요금의 비중이 18%를 웃돌아 민생고 가중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국면의 가장 큰 걱정은 올겨울”이라며 절전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등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다. 아직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에너지 혹한’을 대비해야 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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