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문민정부의 민주화 업적을 새기는 공간 조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사이면서 독재 세력과 결탁해 대통령 자리에 올라 정치사에 빛과 그림자가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 탓일 게다. 이처럼 논쟁적인 인물의 기념공간을 만드는 과정에는 찬반 의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각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공정한 잣대가 아닌 한 쪽에 치우친 판단만으로 재단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함은 당연하다. 시민 다수 의견이 우선이다.
민주주의 역사와 그 정신을 기리는 ‘부산 민주주의 역사기념관’(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부산시가 기념관에 ‘대통령의 민주주의관’을 추가하자고 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난 16일 열린 기념관 건립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회에서 시는 부산 중심의 정치권력을 바탕으로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행적을 알리는 공간(YS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학계 시민단체 건축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의 의견은 각각 달랐다. “특정 대통령의 기념 시설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입장이 있는 반면 “YS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시민이 많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문민정부가 도입한 자치분권의 성과는 알리고, 개인 업적은 기획 전시 형태로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시민 공감대를 먼저 끌어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 YS관 조성 찬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시는 다음 달 8일 끝낼 용역을 2개월 더 연장할 모양이다. 늘어난 용역 기간을 잘 활용해 합당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제14대 대통령 취임 뒤 하나회 척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수 폭로 및 구속, 조선총독부 철거, 금융실명제 실시 등 대대적인 개혁 작업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정권 말기 터진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 사태와 차남 현철 씨의 국정 개입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무엇보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로 국민적 비판을 받으며 임기를 마쳤다. 2015년 11월 22일 별세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후 엇갈린 평가는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시장 후보 시절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부산의 민주화 영웅을 기리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YS민주센터’ 건립을 공언한 바 있다. 여당에서도 “민주화 업적에 비해 알려진 부분이 적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추진된 YS관 조성 문제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이유는 없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조직 이념은 무조건 옳고, 다른 것은 이유없이 배척하는 이른바 ‘진영논리’가 개입된다면 곤란하다. 어느 시대 대통령이든 재평가가 있기 마련이다. 공과가 뚜렷한 김 전 대통령의 행적을 있는 그대로 살펴본 뒤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기념 공간 조성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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