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미국은 전후 세계 금융질서를 정립하고자 1944년 브레턴 우즈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서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되, 다른 나라의 통화는 미국 달러에 고정시켰다. 미 달러 환전을 통해 간접적으로 금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브레턴 우즈 체제는 이렇게 시작됐다.
1950년대 말, 미국 경제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미 달러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베트남 전쟁 등으로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를 나타내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일부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은행권을 금으로 교환하는 금태환을 요구했다. 결국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 선언을 한 ‘닉슨 쇼크’로 브레턴 우즈 체제는 붕괴됐다.
이후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달러 인덱스(1973년 3월=100)’가 만들어졌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으로 2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미 달러 가치만 오르고 그 외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른바 ‘킹달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22원 뛰었고 중국 위안화는 2년 여 만에 ‘포치’(破七·달러 당 환율 7위안 돌파를 의미)가 발생했으며, 일본 엔화는 당국의 시장개입에도 재차 하락해 달러화 대비 엔화가 143.19엔까지 떨어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장중 1파운드당 1.0386달러까지 하락,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킹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역환율 전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역환율 전쟁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그 여파로 국채 금리가 상승, 각국의 자금 조달 부담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역환율 전쟁을 치를 기초체력이라도 갖췄지만, 신흥국은 대규모 자본 이탈이라는 후폭풍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킹달러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 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 미국산 제품 가격이 뛰면 이를 수입하는 국가의 수요는 감소하고, 해외에서 결국 경기 회복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역환율 전쟁을 촉발시킨 킹달러 시대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앞날이 ‘시계제로’인 이유다.
김태경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