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상도 칼럼] 다시, 시민의날 곱씹는 이순신 정신

비극 극복과 변화의 시도, 역사서 얻는 귀중한 교훈

사랑과 정성, 정의와 자력…부산 리더십 재정립 하자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2-10-03 19:51:50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천해전과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에게 임진왜란 처음과 끝일 수 있다. 지난주, 두 해전 전적지를 답사하며 든 생각이다. 물론 조선 수군 위용을 과시하며 전쟁 물줄기를 바꾼 첫승, 옥포해전을 빼놓을 수 없다. 바람 앞 촛불 같던 조선의 운명이었다. 옥포에서 사천을 거쳐 한산도대첩과 부산포해전에 이르는 이순신 장군의 필승 전략과 전과가 이를 지키는 버팀목이었다. 특히 사천해전은 거북선을 처음 출전시킨 데다 장군이 적군의 탄환에 부상을 당해 전쟁 기간 내내 고초를 겪었던 터라 각별하지 싶다. 그 상처는 조선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를 일깨우는 무거운 짐이었음에 틀림없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의 대미이자 이순신 장군이 영웅에서 성웅으로 추앙받는 계기가 되었다. 7년에 걸친 전쟁을 승리로 끝내고자 도주하는 왜군을 쫓던 장군은 관음포에서 “지금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다고 알리지 마라”(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는 유언을 남기고 전사했다. 역사학자 정인보는 “명장보다도 성자(聖者)”라고 정의했다. 장군이 순국한 바다라는 뜻에서 ‘이락파’(李落波)라 불리는 관음포 바다는 핏빛이 아니라 쪽빛이었다.

사천해전은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 첫머리를 장식하며 한산도대첩으로 이어진다. 이 해전 승첩 기념비는 왜군이 주둔했던 사천 선진리성에 있다. 1978년 건립된 이 기념비엔 거북선이 안 보이고, ‘이충무공사천해전승첩기념비’란 글자 중 여러 자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거북선 출전 사실이 1979년 확인되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옹색한 기념비 모습이 아쉬웠다.

그보다 마음을 무겁게 한 건 선진리성에 이웃한 ‘조명군총’(朝明軍塚)이었다. 왜적을 몰아내기 위해 결전을 벌이다 희생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무덤이다. 경상도 우병마사와 명나라 장군이 지휘하는 아군 진영에서 발생한 화재를 틈탄 적의 역습으로 생긴 비극의 현장이다. 왜군은 희생자들의 귀와 코를 베어 갔다. 이순신 장군이 적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말자며 죽기 살기로 노량해전에 임했던 배경을 짐작게 한다. 전쟁에 삶이 망가지는 백성과 아낌없이 목숨을 바치는 숱한 병사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태도다.

“그는 한갓 제사나 받는 우상적 위치에 계심으로써 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살아 움직이고 실천되어야 할 지도 정신인 것이며, 또 그는 다만 한국 민족만이 받들어야 할 작은 범위의 국내적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적으로 널리 선양되어 모든 인간들의 의범(儀範)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보다 더 차원이 높은 인물”이란 사학자 이은상의 평가가 그래서 나왔을 터이다.(‘난중일기’ 지식공작소 2014)

여기서 ‘우리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살아 움직이고 실천되어야 할 지도 정신’에 주목한다. 이순신 정신이다. 격동의 바다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말없이 흐르지만, 임진왜란 당시 삶이 짓이겨진 사람처럼 오늘도 삶이 버거운 이가 많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건 이순신 정신을 통해 비극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답사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을 다룬 강남주 소설 ‘비요’의 무대를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강 작가는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개인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마멸되고 있나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역사의 현재화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는 지도 정신, 시대 정신으로서 이순신 정신은 무엇일까. 남송우 이순신학교 교장은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꼽은 사랑과 정성, 정의와 자력을 제시했다. 자기를 넘어 남을 품고, 궁극적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순신 행적이 바로 사랑이다. 죽음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힘, 삶에 지쳐 포기하려는 사람을 끝까지 배려하는 마음이다. 장군은 임란 1년 전 전라좌수사로 임명된 뒤 임란 하루 전 거북선을 완성한다. 할 수 있는 힘을 다 쏟는 게 정성이다. 정의는 영화 ‘한산’에서 제시한 ‘정의와 불의의 전쟁’이란 화두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자력은 스스로 힘으로 어려움을 개척해 나가려는 자세다. 이순신의 자 여해(汝諧)에 그런 네 가지 속뜻이 숨어 있다. 중국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나라를 물려주며 ‘오직 너(汝)가 세상을 화평하게(諧) 하리라’고 했다지 않나.

이제 이순신 정신은 오롯이 부산의 과제다. 내일 부산시민의날은 부산포해전 승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1592년 음력 9월 1일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왜선 104척을 격파한 날을 양력으로 환산했다. 장군은 “이만큼 성과가 큰 전투는 없었다”고 자평했다. 시민사회에서 이순신을 연구할 때 정작 부산시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이순신 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부산 리더십을 기대한다. 부산시장과 부산 정치권 학계 경제계가 발벗고 나설 일이다.

논설실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2. 2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3. 3[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4. 4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5. 5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6. 6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7. 7‘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8. 8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9. 9[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2. 2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3. 3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5. 5‘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6. 6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7. 7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8. 8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2. 2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3. 3[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4. 4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5. 5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7. 7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8. 8“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9. 9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10. 10진주 송전탑서 60대 작업자 20m 추락해 숨져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