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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토끼와 빨래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05 19:40: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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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 보수는 친일을 하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경제를 망가뜨리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키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세계의 변화를 모르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약육강식 사회를 만들려 하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진보를 죽이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위기를 만드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국가의 삶과 개인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가. 왜 우리나라 보수는 시대착오인가.

압도적인 무지성 무도덕 무능력에 분노한다. 그 거짓과 거짓말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국가의 삶과 개인의 삶은 동행한다. 시스템이 망가지면 개인의 삶은 더 쉽게 무너진다. 민주주의는 연약하다. 대문호 이병주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밤이 깔’린 것이다. 밤이 깔렸지만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시간을 정통으로 맞는 것쯤은 진정 별 것 아니다. 정통으로 맞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 어제 실패했고 오늘도 실패하고 있다. 시련 냉대 적대 사기 짜증 원망 비난 잔소리도 맞는다. 녹초가 된다. 낙엽 실은 바람이 멀리서 날아오고 있었다. 내 큰 얼굴이 목표란 걸 일찌감치 눈치 챘다. 잽싸게 피했지만 낙엽은 유도탄처럼 이마를 정통으로 쳤다. 등 뒤로 사라지는 낙엽을 보며 ‘예상된 불운은 피해가는 법이 없군’ 하며 투덜거리는 순간, 강렬한 생각 하나가 훅 들어왔다. ‘토끼와 빨래’(2018년 출간된 필자의 에세이)를 다시 써야 한다! 그 생각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고, 위안과 공감이 절실해서일 것이다.

토끼(아내)는 멈추지 않는다. 철퍼덕 쓰러진 후 발마사지를 요구한다. 20년 동안 전신 마사지를 했고, 안마의자를 완비했으며, 살을 찌워 이제 매주 하던 몸살도 안 하게 됐는데 발마사지라니…. 항변하고 저항했다. 그럼에도 토끼는 발을 거두지 않았다. “여보 손이 최고다.” 어느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인식했다. 나는 왜 최선을 다하는가?

화가 나는 것은 토끼의 갑질에 저항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가짐과 행동이다. 말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던 25살 토끼와 33살 뚱땡이 시절은 내 인생의 벨 에포크, 참 좋은 시절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예뻤던 토끼에 대한 그리움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토끼는 사전통지도 없이 내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침범한다. 소파로 넘어와 말한다. “요 앞에 좋은 카페가 생겼다던데 한번 가야지?” “…” 나의 침묵은 토끼의 화를 돋운다. 토끼는 톤을 높인다. “한번 가자고~오~” “…”.

토끼의 말이 쏟아지는 순간 나는 책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언젠가 모두 읽으리라. ‘노화의 종말’ 이번 달에 읽을 책. ‘잉글리쉬 페이션트’ 황금맨부커상 ‘유라시아 견문’ 아! 문장과 통찰의 향연.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1886년 생·혁명·1, 2차 세계대전 등 말할 수 없는 고통.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두 번 읽었을 때 찌릿했던 소설.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 나쁜 삶 속에 좋은 삶은 없다. ‘새들반점’ 원북원 후보도서. ‘밤이 깔렸다’ 이병주국제문학상 연구상 수상. ‘오만데 삼총사의 대모험2’ 의로움·어린이 뮤지컬·원북원 후보도서. ‘타임캡슐 슈퍼콘서트’ 10월 1, 2일 신라대 열광과 축제···.

“또 내 말 안 듣고 있제?” 순간 현실로 퍼뜩 돌아왔다. 토끼는 도끼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책장을 보며 애먼 생각하는 걸 들킨 게 틀림없다. 위기의식이 덮쳤다. 당황스러웠다. 긴장이 최고조로 달했다.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기 직전이었다. 기적적으로 한 단어가 떠올랐다. “최선을 다해 듣고 있다.” “맨날 최선만 다하면 우짜노?” “토끼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토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토끼의 복지’라는 새로운 말 때문일 것이다. 위기는 넘어가고 있었다. 토끼는 자기 영역인 큰방으로 돌아갔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고도비만인 무거운 몸을 앞꿈치에 싣고 살금살금 큰방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천천히, 조용히, 절대 소리 나지 않게 닫았다. “휴우~”

토끼에게는 항거하지 못하는 쫄보지만, 큰 무지성 무도덕 무능에는 저항하는 것이 옳다. 나는 저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카뮈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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