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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의 정치평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13 19:09:0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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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대체휴일인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3만 명. 비가 내린 쌀쌀한 날씨까지 감안하면 적잖은 인파다. 주최자인 전광훈 목사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쥔 채 열변을 토했다. “(대선 때)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던 세력이 정권이 바뀌니 윤 대통령을 탄핵시키려고 지난주부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박근혜처럼 탄핵될 수 있다. 1000만 명이 이 자리에 모이고, 주사파가 척결될 때까지 이 자리에 서겠다.”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8일, 토요일엔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9차 촛불대행진’이 인근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들을 규탄했다. 특히 이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깜짝 참석해 폭탄발언을 던졌다. “우리가 함께 행동해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에 고무된 듯, 진보단체들은 오는 22일 제11차 촛불대행진을 ‘모이자, 서울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국 결집 대회로 예고했다. 최대 100만 명을 목표로 최소 10만 명은 모은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 불렸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이제 겨우 다섯 달. 당초 거의 모두가 우려했던 대선 후유증은 이렇게 현실화됐다. 주말마다 보수와 진보, 서로 최대 인원을 모으려 사력을 다할 게다. 각 진영 강성 유튜버들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상대를 향한 증오를 마구 토해낸다. 클릭 수 증가로 짭짤한 수입이 생기니 더 열심일 수밖에 없다. 각 지지층은 가짜뉴스를 적극 퍼 나른다. 진영 간 대립은 2019년 이른바 ‘조국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띨게 빤하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의 실종이다. 여야 모두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대선 직후 격화된 진영 대립을 ‘팬덤’으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해 돌파하려 하고 있다. 민심은 아랑곳 않는다. 당연히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오직 우리 편만 보고 갈 뿐이다.

실제 대통령은 최근 미국순방 중 불거진 자신의 비속어 논란에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동맹을 훼손했다”며 남 탓으로 일관했다. 여당 의원들은 해당 언론사로 몰려가 노골적 겁박을 서슴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짓밟혀도 입만 열면 ‘헌법가치’를 외쳐온 대통령은 철저히 모르쇠다. 잇따른 순방외교 참사 책임을 물어 국회가 통과시킨 외교장관 해임건의안은 즉각 거부했다.

주가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대통령 부인 역시 소환조사는커녕 서면조사 요구를 뭉개버렸다. 9월 마지막 주 대통령 지지율은 24%(한국갤럽). 그가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에 표를 던졌던 유권자(48.56%) 절반이 돌아섰다.

민심을 등진 ‘마이 웨이’라면, 제1야당 대표 또한 오십보백보다. 계속되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일 군사협력을 “극단적 친일”로 규정한 게 대표적 사례. 오직 군사옵션만으로 일관한 정부의 북핵 대응, 여기다 과거사 갈등은 외면하고 한일군사협력만 추진하는 모양새를 좌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협력 그 자체를 ‘친일’로 단정한 건, 지나친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이번에도 그동안 쏠쏠한 재미를 봤던 ‘이재명식 사이다 발언’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건 아닐까. 검경의 전방위 수사로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극대화한 상황.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친일프레임’으로 역공해 정권을 흔들고, 팬덤 결집으로 방패를 삼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진보언론마저 ‘이분법적 접근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주 한국갤럽조사에서 무당층은 30%로 민주당 지지율(32%)에 육박했다. 집권 측에서 이반한 민심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민생 위기와 북핵 무력 선제사용이라는 유례없는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으로선 절체절명의 순간인 셈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위기 탈출의 전제는 ‘정치의 복원’이다. 확고한 리더십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극한적 진영 대결에다 신뢰 상실까지, 정치도 위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지난 4일 여야 5개 정당 의원 19명이 선거법 국회법 정당법 등 정치개혁 관련 5개 법안 수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4, 5명 의원 선출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역구 의원 수에 맞춘 권역별 비례대표제(지역구 127명·권역별 비례대표 127명·전국 비례대표 46명 선출) ▷교섭단체 구성 요건 20석에서 10석으로 감축 ▷국고보조금 소수 정당 배분 비율 확대 ▷정당 창당 때 지방 5개 이상 시·도당 규정 폐지 등이 골자다.

이게 실현된다면 거대 양당체제 기득권이 깨질 수밖에 없다. 본격 다당제 시대가 열릴 것이다. 승자독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당연히 권력을 나눠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바뀔 수 있다. 정말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위기가 기회다. 모두 힘을 합쳐주시라!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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