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0월 5일 부산시민의 날이자 부산대첩 승전일인 기념식에 축하연주를 했다. 부산시는 1980년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산대첩 승전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지정했다.
 |
|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여주연 기자 |
임진년 4월 13일 왜군은 부산의 북항 앞바다로 침입해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함락하고 5월 3일 조선의 수도 한양에 입성한다. 선조는 한양을 떠나 북으로 피신하고, 당시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선조의 명을 받아 5월 4일 전라좌수영을 떠나 미리 건조한 거북선을 앞세우고 적진으로 향해 옥포승첩 당포승첩 한산대첩으로 유명한 대승을 거둔다. 이후 4차 출정길인 부산포에 이르러 적의 본진인 부산포를 직접 공격, 대승을 거둔 것이 바로 부산대첩이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이 왜군의 본진이 돼 한양까지 점령한 왜군을 부산포에서 다시 막아내어 조선이 제해권을 다시 장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산대첩의 승전은 부산을 지켜냄을 넘어 조선을 지켜낸 자랑스럽고 소중한 부산의 역사문화유산이다.
세계 각국에는 나라를 방어하고 지키는 군인의 사기 진작을 위한 군악(軍樂)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역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군대음악 대취타(大吹打)가 있다. 대취타는 불고 치는 고취악(鼓吹樂)이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의 고분벽화를 비롯한 여러 사료와 기록으로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대취타의 편성과 쓰임이 더욱더 확대돼 군대는 물론 왕실의 크고 작은 행행(行幸)과 귀인의 행차, 외교적 목적으로도 폭넓게 사용됐는데 그 위엄 있고 웅장한 소리는 가히 압도적이다.
그 옛날 부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개선한 장수들과 군대를 맞이하기 위해 태평소 나발 징 용고 등을 불고 치며 승전고를 울리는 대취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전쟁 중 군악의 역할은 진격과 퇴각의 신호를 보내는 데 쓰이기도 하는데, 악기에서 발현되는 소리는 사람의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동물의 가죽으로 울리는 북소리의 울림은 심장 박동을 고조시켜 감정을 상승하게 하고, 군사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싸울 의지를 드높인다.
반대로 퇴각의 신호로 징을 울리는데, 징의 주재료 금속인 쇠의 울림은 영혼을 깨우고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만들어 귀소본능을 일깨운다. 현대에 많은 사랑을 받는 사물놀이는 사람의 감정을 올리고 내려주는 가죽과 쇠 소리의 어울림으로 선율이 없는 타악기만으로 구성됐음에도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대취타는 조선 말기에 문호가 개방되면서 근대국가 제도에 맞추어 고종 황제를 위한 서양식 군악대 ‘양악대’가 창설되면서 해산된 단절의 시기가 있었으나 1971년도에 대취타가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되면서 그 원형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의 대취타는 대통령의 외교사절 영접이나 해외순방 의전행사를 비롯해 국가의 큰 행사에도 참여하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군악 대취타는 그 옛날 부산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 함성과 승전보의 역사를 담으며 전쟁의 역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