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취임한 지 100일(지난 8일)이 지났다. 지난 3개월여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지역 교육계는 다양한 이슈로 시끄러웠다.
하 교육감은 7월 1일 취임 후 같은 달 말 교육감 인수위원회의 백서에 있는 계획보다 6개월 일찍 ‘학업성취도평가 전수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그러더니 시교육청은 ‘희망 제출’이라고 명시한 ‘2022학년도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시행 관련 안내(중등교육과-12130)’ 공문을 2주 만에 ‘필수 신청’으로 변경해 학교 현장에 재발송했다. 학교의 반발과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교원노조는 비난 성명 발표와 함께 공문 취소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초에는 부산형 혁신학교 모델인 ‘다행복학교의 신규 미지정’ 내용이 담긴 공문이 학교로 전달됐다. “공약에 없던 다행복학교의 명맥을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끊으려 한다”며 학교 관계자 및 학생 학부모가 반대 목소리를 크게 외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갑자기 교육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청사를 부전동 서면놀이마루로 옮기겠다는 내용이다. 지하 5층, 지상 16층 규모의 신청사 건립으로 3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빅이슈임에도 흔한 설문조사 한 번 없었다. 무엇이 급했는지 교육행정 동반자인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도 없었다. 더군다나 시의회 임시회 기간 중임을 고려하면 시의회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고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이 빗발쳤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관련 질타와 비난이 이어졌다.
하 교육감은 최근 진행한 100일 취임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많다 보니 못 챙긴 부분이 있었다” “워낙 사안이 시급해 급하게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8년 만에 교육감이 교체됐으며 교육감선거에서 1.65%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만큼 하 교육감의 조급한 마음과 압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분야보다 교육은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첨예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일련의 상황은 그냥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여파가 크다. 특히 학업성취도평가 전수 실시나 청사 이전 문제는 교육가족과 시민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한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작은 변화에도 귀를 쫑긋 세우며 자신의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나 파급력 등을 계산하기 바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 교육감은 교육감선거를 앞둔 예비후보시절부터 자신의 강점으로 ‘소통과 공감’을 꼽았다. 선거운동기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학부모를 만나러 다니고 취임 이후에는 ‘만남데이’나 ‘교사와의 만남’ 등을 열며 ‘잘 듣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 이슈에서는 매번 ‘소통과 공감’은 사라진다.
소통과 공감은 단순히 ‘청취’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현안을 파악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파급력 장단점 부작용 대응책 추진과정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검토와 내부의 치열한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 그 이후에 관계자의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리고 수렴된 의견을 검토해 조정 과정을 거친 뒤 정책이나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하 교육감의 정책 추진에서는 이런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당위성 조급함 공약 실현에 가려 측근 몇 명 위주로 의사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속도만 내다보니 비판이 이어진다.
민원이 적은 행정기관은 없지만 교육청은 특히 날이 갈수록 각종 민원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밀고나가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교육청 한 간부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정책 실행 전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친 뒤에야 적용되는 말이다. 단단하게 지반을 다진 뒤 건물을 지어야 태풍이나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해야 비합리적 반발이나 억지성 민원에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굳건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조민희 메가시티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