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찌 될까. 만나는 사람마다 한숨처럼 내쉬는 나라 걱정이다. 대통령 옹호자들은 말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르니까, 경제 전문가가 아니니까, 외교 초보니까, 국방이나 안보에는 미처 경험이 없으니까…. 잘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유일한 분야가 수사인데, 일방 종북몰이 또 다른 한 축으로 부패몰이 수사가 가열차게 진행 중이다. 이름하여 검찰공화국이니 이젠 예언가가 아니어도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 극단적 사회갈등의 아수라장이 5년 내내 펼쳐지리라는 것. 그 와중에 한때 ‘자고 일어나니 선진국이 되었더라’ 했던 유행어는 아련한 전설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이 간과하는지 망각했는지 모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오늘의 한국 위상을 만든 중요한 중심축이 저항문화라는 것. 나라 걱정에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한 청춘도 많았고, 분연히 감옥소로 끌려간 이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몇백만 명이 광장에 모여 항의의 목소리를 낸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부마항쟁의 여파로 대통령이 부하에게 피살되는가 하면 정치군인들에 의해 대규모 양민학살이 벌어지기도 했고, 헌법 절차에 따라 무능한 대통령을 파면시키기도 했던 일들 모두가 내 살아생전 경험한 사건이다. 하지만 역사책 혹은 외신에 기록된 해외 사례를 떠올리면 비교할 수조차 없이 끔찍한 급변사태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거대한 저항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네 사회전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학습도, 경험도, 비전도, 심지어 마음가짐도 없이 어쩌다 대통령이 되었으나 도저히 한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아무리 심복 검사들을 동원해 입을 틀어막고 잡아 가두어도 일신의 안위를 염려치 않는 장삼이사 우국지사들이 널려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도 다치지 않고 반대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지혜롭고 안전한 길을. 여기 급변사태도 헌정중단도 초래되지 않는 길이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탈당과 함께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개헌발의를 하라. 4년 중임 대통령제 및 1, 2위자 결선투표 시행이 핵심이다. 차기 대통령 선출은 2024년 4월 총선과 동시에 치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스케줄을 역순으로 하면 내년 초 개헌발의를 하고 수개월 내 국회 통과, 국민투표를 하면 된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자로서 중립적인 국정운영을 천명하고 모든 정치적 기획 수사를 중단한다. 임기 중 북한 일본 중국과의 기존 관계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도 도모하지 않으며 각종 민영화 계획도 철회한다. 물론 그 기간 쌓을 수 있는 치적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온 정치권과 국민이 응원하고 협조할 것이다.
무슨 헛소리냐, 잡혀가고 싶으냐, 통할 리가 있느냐 등등 나를 향한 비난과 조롱의 소리가 앞질러 들려온다. 하지만 꼭 겪어봐야 현실을 깨닫는 것인가. 나와 동년배인 윤 대통령도 인생 경험을 통해 몸으로 깨닫게 되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 극우 유튜버들에게 경도되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자각과 노무현에 대한 충심을 상기하기 바란다. 과거 김건희 씨와 약간의 교류가 있었다. 그 열정적인 목소리 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남편은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눈물을 줄줄 흘려요. 그분처럼 살고 싶고 최고로 존경한다고요.”, “우리 부부 최대 꿈은 검찰총장이 되는 거였어요. 퇴임하면 어디 멀리 가서 조용히 살 생각이에요.” 여기까지만 언급한다. 누릴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대통령직은 누리고 향유하는 자리가 아니다. 출퇴근하면서 근무시간 내 할 일 하는 직장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집권 6개월 검증, 그만하면 됐다. 어마어마한 이권의 최정점에서 그 결정권자로서 주위에 온갖 유혹과 아첨과 술수가 난무하겠지만 인생 잠깐이고 욕망도 꿈도 덧없다.
문득 옛 추억이 떠오른다. 어느 날 새벽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는데 그중 조상무가 책임자였다. 끌려간 곳이 남영동 대공분실이었고, 꽤 오랫동안 취조 받는 중에 엉뚱하게 조상무와 친해졌다. 운동가요를 가르쳐달라 해서 수십 곡을 함께 부르며 킬킬댔다. 그 조상무가 나중 박종철 물고문 사망사건의 조한경 경위였다. 나름 유쾌했던 조상무와 물고문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된 조 경위를 동일인으로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만나서 술 한잔 나누고 싶다. 검사에서 일약 대통령이 된 한 사람 역시 피할 길 없는 역사의 심판이 있고, 노후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 뇌리에, 심지어 역사책에 각종 기억을 남길 것이다. 미래가 두렵지 않은가.
이 모든 백일몽 같은 말들은 모종의 예지몽 때문이다. 통제불능의 경제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30% 초반대 지지율 고착으로 총선 시 수도권 전멸이 예상되는 집권당의 이반이 펼쳐지고…. 한 국가가 산사태처럼 붕괴되는 장면, 그 속에서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군중, 국외로 도피하는 행렬들…. 나는 홀로 조용히 옛 가요를 읊조린다. 동백아가씨….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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