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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게티와 이건희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2-11-07 19:28: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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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서부 산타모니카 해변 인근의 언덕 위에 게티 센터가 있다. LA를 찾는 관광객이 할리우드와 함께 꼭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다.

1997년 문을 연 게티 센터는 석유재벌 진 폴 게티(1892~1976)가 세운 게티재단이 운영한다. 게티는 석유로 막대한 부를 쌓아 1950년대 세계 최고 부자로 손꼽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딱 두 가지, 석유와 예술 작품을 찾았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 조각,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18세기 유럽 왕실의 가구들을 사들였다.

기업가 게티는 악랄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자선사업엔 담을 쌓았다. 심지어 손자가 유괴범에게 납치됐을 때 협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게티는 후대에도 악덕 기업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는 독특한 길을 선택했다. 1974년 말리부 해변 인근 자신의 저택을 전시관으로 개조해 게티 빌라를 열었다. 자신이 모은 예술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1976년 죽기 전에는 예술품과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재단에 기증했다. 그가 죽은 후 좁은 게티 빌라를 대신할 게티 센터가 건설됐다. 게티 센터는 LA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게티 센터의 특징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주차비만 내면 된다. 게티 센터가 문을 연 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예술품을 감상한다. 게티는 자신만 즐기는 방법 대신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예술품을 공개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오는 11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이 열린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7), 유영국의 ‘정상’(1966), 김기창의 ‘해녀’(1936), 권진규의 ‘이순아’(1968)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을 일반인도 볼 수 있게 된 과정은 대부분 알 것이다. 지난해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국보 및 보물을 비롯한 문화재와 거장의 명작 등 수집품 약 2만3000점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가능해졌다. 올해 광주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전국 순회전이 개최된다. 부산 전시회는 무료다.

그래서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이건희 회장도 게티처럼 사후에 엄청난 예술품을 기증했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도 게티처럼 후대의 평가가 달라질까. 그건 이건희 컬렉션을 보고 각자 알아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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