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 특정한 음높이를 정확히 알아내는 능력! 흔히 음악성이나 천재성을 판단할 때 즐겨 인용된다. 그러나 사실 이 용어만큼 잘못 이해되는 용어도 없을 것이다. 이 능력은 평균 4, 5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장기간 수련한 아동들에게 주로 생기는데 일종의 끝없는 반복에 의한 청각의 굳은살인 셈이다. 그래서 이 감각은 당연히 일반인에게는 없고 음악인에게만 있다. 물론 이 절대음감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음악인은 이 음감의 소유 여부에 어떻게 생각을 할까? 답은 그렇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것으로 그 사람의 음악성이나 수준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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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반과 음이름. |
음악의 역사를 보면 피타고라스가 음의 진동비율을 통해 12개의 음을 찾아내면서 음계나 화성 등 본격적인 음악이론이 발전하게 된다. 그때부터 많은 음악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소리의 규격화, 즉 표준적인 음고의 확립에 애를 써왔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이 다른 음높이 때문에 악기 제작이나 연주 등에 많은 불편이 따랐던 것이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 시대의 가음은 반음이 높은 지금의 내림나 음에 가까웠다. 이것은 당시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소리굽쇠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들은 모차르트의 모든 곡을 반음 올려서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런 문제로 인해 1939년 영국 런던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가(A)음을 435헤르츠(독일의 음향학자)로 정하는 소위 표준고도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이 표준고도를 통해 악기 제작이나 조율에 정확한 국제규격이 생기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역시도 불변의 절대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 음악가는 실제 연주 시 표준고도보다 약간 높은 440Hz를 사용한다. 더러는 442~443Hz까지 더 올리기도 한다. 거의 차이를 못 느낄 미세한 수치 같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그 차이는 확연하다. 음을 올릴수록 화려해지고 빛이 난다. 그러면 어릴 적부터 435Hz의 표준고도에 훈련된 절대음감의 소유자는 어떻게 되겠는가? 앙상블을 할 때마다 그 오차로 괴롭고 혼란이 오는 것이다. 더한 문제는 실제 연주에서는 그날의 온도 습도 연주홀의 환경 등 심지어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그 음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숙련된 연주자는 미세하게 변화되는 이 음고를 다른 사람의 음고에 본능적으로 맞추어 나간다. 이런 것을 상대음감이라고 한다. 이 능력이 진짜 음악적으로 중요하다. 노련한 연주자는 처음에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가 상대음감으로 많이 훈련되면서 나중에는 이 두 음감의 중간 형태인 부분적 절대음감으로 바뀌어 버린다.
절대음감의 극단적인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로린 마젤이 빈필하모니를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가 가진 절대음감 때문에 단원들과 피치 문제로 늘 음악적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빈필은 양보할 수 없는 수백 년을 지켜온 자신들만의 음색과 피치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마젤이 사임을 하게 된다. 이런 충돌은 실제 연주에서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게 너무 기계적이고 일방적인 절대음감은 오히려 음악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선 오랜 연주와 경험을 통해 상대음감을 더 체득해야 하고, 결국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섞어야 한다. 왜냐면 음악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가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음정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순봉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