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15 19:49:4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래전에 자전거 사고를 당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내리막길을 달려가는데 모자가 갑자기 휙 벗겨졌다. 아무 생각 없이 날아가는 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전거 핸들도 같은 방향으로 꺾였다. 자전거는 그 자리에 딱 멈추었지만 나는 내리막을 달려오던 그 속도 그대로 앞으로 날아갔다. 머리를 보호할 요량으로 반사적으로 손으로 땅을 짚었다. 머리는 무사했다. 대신 오른 손목뼈가 부러졌다. 속도가 힘으로 전환된다는 물리학 법칙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때 내 자전거 속도는 시속 10~20㎞나 됐을까? 차량 속도에 비하면 엄청 느린데도 뼈가 부러지다니! 만약 넘어지는 순간에 내가 자전거를 붙들고 있었다면 덜 다쳤을까? 아닐 것이다. 내가 붙들어주었다면 내 몸이 쿠션 역할을 해주어 자전거는 덜 망가졌을 것이다. 대신에 나는 자전거의 무게만큼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 손이 자전거에 안전띠 역할을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안전띠의 역할이 대단한 셈인데, 이 안전띠의 효과는 언제부터 알게 됐을까?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 당국은 전쟁 중 발생한 군용기 사고를 꼼꼼히 조사했다. 그 와중에 탑승객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하나를 발견한다. 추락 충격으로 시트가 뜯겨 나간 사람은 앞으로 튕겨 2차, 3차 충돌로 사망했지만 시트가 제자리에 잘 붙어있던 사람은 생존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행기 추락에도 견딜 수 있는 강한 시트, 그 시트에 잘 붙들어 매어줄 안전띠만 장착한다면 추락 사고에도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 사실에서 출발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급감속(急減速)의 충격을 분석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급정거했을 때, 다시 말하면 정면충돌 상황에서 우리 몸에 가해지는 충격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의 최대치를 찾는 연구였다. 연구 주도자는 공군 군의관인 존 폴 스탭이었다. 로켓엔진 썰매를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린 다음 급정거했다. 그 위험한 실험대 위에 놓인 시료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최종적으로는 헬멧과 안전띠에만 의지한 채 최고 시속 1017㎞까지 내달렸다. 2t의 풍압이 얼굴을 짓이겼고, 불과 1초를 약간 넘기는 짧은 시간 동안 급정거했다. 시속 193㎞로 달리다가 브레이크 없이 벽에 충돌하면 생기는 충격과 맞먹었다. 사상 초유의 순간이었다. 정지 순간에 발생한 충격량은 무려 46.2g(중력가속도), 체중의 46배에 이르렀다.

살아남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론적으로는 급감속에 대한 인간의 한계는 18g 정도였다. 어차피 18g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으니 그 정도의 충격량을 감안해 비행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스탭의 실험으로 인간이 의외로 더 잘 견딘다는 것이 증명되자 비행기는 더 단단히 만들어야 했다. 더 큰 충돌에도 시트는 떨어져 나가지 않아야 했고, 탑승객들은 그 시트에 잘 붙어있도록 강력한 안전띠가 장착됐다. 비단 비행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비행기 사고보다 훨씬 흔한 자동차 사고에서도 탑승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차량 안전띠 착용 의무화로 나아갔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차를 탈 때 안전띠를 부지런히 맨다.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누구라도 급감속의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모두 70년 전에 자신을 기니피그 삼은 스탭의 지독한(!) 실험 덕분이다.

지난 한가위 연휴 때 수도권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확인된 안전띠 착용률은 놀라웠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각각 95.3%와 92.2%, 뒷좌석은 훨씬 낮은 49.3%에 불과했다. 사고 발생 시 안전띠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뒷좌석을 안전띠 치외법권 지역으로 방치하는 이유는 뭘까? 안 보이니까, 귀찮아서, 설마 사고 나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앞좌석 사람은 안전띠 덕분에 목숨을 건지겠지만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사람은 달리는 속도 그대로 앞으로 튀어 나간다. 중상률은 무려 99.9%에 이른다. 하지만 안전띠만 착용해도 그 위험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핵가족 시대의 승용차 풍경은 앞좌석엔 부부, 뒷좌석은 아이들 차지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안전띠에 대해 엄한 부모가 돼야 한다. 사랑의 첫 덕목은 방임이 아니라 보살핌과 보호이기 때문이다.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5. 5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6. 6“‘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7. 7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8. 8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9. 9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10. 10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4. 4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5. 5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6. 6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7. 7[속보]‘재정 빨대’·사과 논란 추미애, 국감서 소방관들에게 재차 사과
  8. 8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9. 9국힘 박수영, 퐁피두 백지화에 1인 시위…”도시 경쟁력 높일 기회 날려“
  10. 10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뭐라노] ‘가덕’ 공사비 상향 문서화 갈등…11월 착공 불투명
  7. 7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6. 6“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9. 9해임 억울해 모금한다더니…초등제자 성추행 벌금 납부(종합)
  10. 10부산 북구, ‘숙등 공유어울림파크’ 내년 4월 개관… 지역 랜드마크 도약 기대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4. 4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5. 5‘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6. 6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7. 7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8. 8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9. 9[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10. 10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