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970년대였다. 1973년 말 석유파동 직후 삼환기업이 사우디의 알울라와 카이바를 잇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됐다. 이후 동아건설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대건설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등 한국 기업의 중동 건설붐이 일었다. 당시 중동에서 한국은 세계 제일의 건설 수출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우디 건설용역 수출 규모가 가장 컸다. 중동경기 후퇴로 사우디 특수는 사라졌다.
최근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구상하는 친환경 미래도시 ‘네옴(Neom)시티’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제2의 중동붐’이 기대되고 있다. 빈 살만은 국제외교가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으로 불리는 실세 중 실세다. 17일 이른 새벽 그가 2019년 6월 이후 3년만에 방한한다. 그가 투숙하는 곳은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인 이그제큐티브 타워 32층 로열스위트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객실 1박 투숙료는 2200만 원이다. 당초 빈 살만의 방한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두고 부산과 사우디 수도 리야드가 경쟁하면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빈 살만은 2016년 사우디 개혁방안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사우디 북서부에 스마트 도시 네옴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2만6500㎢ 부지(부산 면적의 35배)로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석유 대신 그린수소·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친환경 산업 관심도가 커지면서 산유국들은 석유 산업 시대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빈 살만은 선제적으로 ‘포스트 석유시대’에 대비해 총사업비 5000억 달러(700조 원)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이번 방한 기간 빈 살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그룹 총수와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일정은 비공개다. 삼성은 이미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지하에 고속철도 터널을 뚫는 ‘더 라인’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는 현대건설·현대차·현대로템 등 계열사를 활용해 네옴시티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9일 건설 모빌리티 정보기술 분야 기업이 참여한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네옴시티’가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