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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아라비아 상인

  •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입력 : 2022-11-23 20:01:0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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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15년 9월 대식국의 100명이 와서 토산물을 바쳤다’. ‘정종 6년 11월 대식국의 상인이 각종 물자를 바쳤는데 왕은 그들을 후하게 대접하도록 했고 돌아갈 때는 많은 금과 비단을 주었다’. 고려사에 나와 있는 대식국 상인에 대한 기록이다. 대식국은 지금의 아라비아 지역, 중동을 의미한다. 아시아 서남부 페르시아만 인도양 아덴만 홍해에 둘러싸여 있고 사막이 대부분인 지역이다. 지리적·환경적으로 중계무역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갖췄다. 이곳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이 격리된 지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상인이 담당했다. 아라비아 상인. 이들을 통해 고려의 이름이 서방에 알려져 우리나라를 코리아(Corea)로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도 중동 지역엔 아라비아 상인의 전통이 남아 있다. 아랍권 수많은 회사가 무역회사 상호를 가지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실크로드 끝자락에서 중계무역을 주된 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셈에도 밝았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1, 2, 3 등 숫자가 ‘아라비아 숫자’로 이름 붙여진 것도 이들 상인이 유럽과 아시아 등을 오가며 널리 사용해서다. 상술도 그만큼 발달했다. 싼 물건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상술의 기본. 능수능란한 언행은 필수다.

지난주 37세 중동 젊은 군주 방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세계 최대 산유국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져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한다. 한국에 머문 시간은 불과 20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첫 공식 손님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초청해 극진히 대접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 총수 8명도 그를 만나 성의를 다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소 4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에 이르는 투자·개발·사업 협력을 약속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그런데 전체 26건 약속 중 23건이 양해각서(MOU)다.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약하다. 계약은 3건에 불과하다. 빈 살만 왕세자의 셈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는 2030엑스포 유치를 바라는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다. 방한 전부터 빈 살만 왕세자가 ‘오일머니’로 엑스포 유치전에 나선 우리 기업의 발을 무겁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가 일으킨 ‘중동 붐’은 달콤하다. 2030부산엑스포 역시 우리가 반드시 잡아야 할 미래다. 그 옛날 아라비아 상인을 대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되새겨 볼 시점이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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