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투혼’(The Spirit of Ukraine)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인물’이다. 타임은 “용기도 두려움만큼 널리 전파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상징이다. 나라 안팎에서 목숨을 걸고 항전에 참가한 숱한 사람, 그들이 구현한 정신이 우크라이나의 투혼이겠다.
타임은 1927년 찰스 린드버그를 시작으로 매년 ‘올해의 인물’을 발표하고 있다. 린드버그는 그해 미국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최초로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했다. 한해를 통틀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또는 그룹에 방점을 찍었다. 그만큼 선정 자체가 영광이라 하겠으나, 과연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를 반길까 싶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수도 키이우는 올겨울 ‘종말론적 재앙’이 우려된다. 게다가 ‘특별 군사작전’이란 명목으로 전쟁을 벌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핵위협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전쟁 발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공개 연설로 국민 사기를 북돋우며 서방의 군사·재정 지원을 끌어냈다. 이젠 러시아 본토를 대상으로 공세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푸틴 대통령이 핵위협 강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말이 쉬워서 핵위협이지 이건 세계 평화를 위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전역에 방영된 TV방송에서 핵무기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도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이를 면도기처럼 휘두르고 싶진 않다”고 여지를 뒀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 사정은 악화일로다. 러시아가 키이우를 계속 공격하면 전기 수도 난방 공급이 끊길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세상 마지막 날(아포칼립스)이 닥칠 수 있다”는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의 절박한 인터뷰가 예다. 키이우 시민 360만 명이 이용하기엔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고전하던 러시아가 지난 10월부터 장거리 미사일로 전력공급 시설 파괴 등 초토화 전략을 구사한 탓이다. 이는 추운 겨울에 민간인에게 고통을 안기는 전쟁범죄라는 서방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러시아다.
‘자연은 축복받았지만 역사는 저주받았다’(유럽의 문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사람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올해의 인물’ 선정은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보된 영광이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