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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과메기 심화학습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11 19:27:5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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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메기 취재 때문에 포항을 다녀왔다. 과메기의 본고장답게 포항 시내와 구룡포읍은 도시 전체가 과메기로 들썩였다. 구룡포읍 곳곳에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과메기 덕장이 있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택배 물량 때문에 구룡포 한 횟집은 음식 장사를 접고 과메기 택배만 전념하고 있었다. 포항 시내에는 어떤 종류의 음식점이건 과메기를 판매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과메기로 유명한 몇몇 음식점은 일 년 중 과메기가 생산되는 4개월 정도만 영업하고 나머지 기간은 아예 문을 닫는다고 했다. 평생 과메기를 먹고 살아온 본고장 주민인 만큼 과메기에 대한 기준과 고집이 남달랐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경북 포항 구룡포 해변 과메기 덕장의 모습.
1. 왜 과메기는 구룡포에서만 말릴 수 있을까?

황태와 북어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같은 명태라도 그냥 말리면 딱딱한 북어가 되지만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서 말리면 바삭하고 잘 부스러지는 황태가 된다. 북어는 아무 곳에서나 말릴 수 있지만 황태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밤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로 내려가는 날이 두 달 이상 지속돼야 한다. 호미곶에 위치한 구룡포도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다. 동해로 삐쭉 튀어나온 지형은 추운 겨울 백두대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을 그대로 맞는다. 밤새 이 바람을 맞은 과메기는 언다. 그리고 낮이 되면 햇볕과 해풍으로 순식간에 녹는다. 이 과정에서 수분만 빠지고 꽁치와 청어의 불포화지방은 그대로 유지된다. 말린 과메기가 딱딱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건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 어느 쪽이 맛있을까?

정말 잘 말린 청어 과메기를 처음 먹어봤다. 같은 조건에서 말린 청어와 꽁치 과메기를 먹어보고 내린 결론은 둘은 맛의 포인트가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꽁치는 등푸른생선 특유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기름의 풍미도 진하고 여운도 길었다. 청어 과메기는 등푸른생선보다는 조미하지 않은 쥐포나 명태포처럼 담백한 맛이 두드러졌다. 기름의 풍미보다는 감칠맛이 강하고 끝맛도 아주 깔끔하게 떨어졌다. 즉 포항 사람들은 청어가 많이 잡힐 때는 청어를, 꽁치가 많이 잡힐 때는 꽁치를 말렸을 따름이다.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 중 어느 쪽이 더 맛있느냐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에 불과하다.

3. 과메기도 신선한 과메기가 따로 있을까?

포항 토박이들이 사랑하는 과메기 전문점에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첫째 자신이 선택한 최적의 과메기 덕장에서만 물건을 받는다는 점. 둘째 덕장에서 당일 걷은 과메기만 판매한다는 점이다. 과메기를 말리는 환경과 더불어 신선한 과메기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과메기의 기름이 외부로 노출되면 산패되는 것이 숙명이다. 산패됐다고 당장 맛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산패되기 전 신선한 과메기 맛을 본 사람은 대번에 그 차이를 안다. 그래서 포항 사람들은 과메기 맛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덕장에서 갓 걷은 신선한 과메기의 기름 맛은 갓 짜낸 들기름이나 올리브오일처럼 매력적이었다. 이 맛을 몰랐으면 몰랐지 알게된 이상,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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