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외하고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다. 원래는 왕권과 의회 사이에서 왕이 의원을 구금해 의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를 사전에 차단해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고 신분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불체포특권과 체포동의안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첫 적용 사례는 1949년 조봉암 당시 농림부 장관 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었다. 조 의원은 비료와 양곡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사실 이승만 정권에 맞선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국회가 체포동의안 부결로 조 의원을 지켜낸 것이다. 그런데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을 편법적으로 보호하는 도구로 악용되기 일쑤였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도 열렸다.
그동안 국회에는 61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다. 1953년 연합신문 정국은 주필의 간첩사건과 관련해 제출된 양우정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음으로 가결됐다. 지난해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던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16건이 통과됐다. 26%에 불과한 가결률이다.
2018년에는 사학재단 비리 및 강원랜드 사건 연루 의혹이 있었던 홍문종·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예상을 뒤엎고 부결됐다. 그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가결 당론’을 정했지만, 이탈표가 무려 40표를 넘어섰다. 입으로는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외쳤던 정치권은 할 말이 없었다. 체포동의안 무기명 투표제 폐지 주장의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다. 이후 2020년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 구분없이 불체포특권 등 각종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쏟아냈다.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아직 까지도 들리지 않고 있다.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이르면 오늘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다. 노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부결시키면 비리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재명 당 대표의 검찰 수사에 따른 체포동의안 제출이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가결시키기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특권 카드’를 잘못 썼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