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황정수 미술평론가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2-12-18 19:34:0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두꺼비도 아니고 개구리도 아닌 통통하게 생긴 ‘맹꽁이’라는 양서류가 있다. 맹꽁이는 위험에 처하게 되면 복어처럼 배를 불리는 습성이 있다.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어려서 친구들과 맹꽁이를 가지고 노는 일이 많았다. 가는 나뭇가지로 등이나 배를 톡톡 치면 위험에 처한 맹꽁이는 배를 자기의 몸 두 배 정도 될 때까지 크게 불렸다.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재미있어 맹꽁이 힘든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개구쟁이 노릇을 계속했다. 어른들은 실속도 없이 허풍을 떠는 사람을 보면 맹꽁이처럼 배불리는 소리 한다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다른 동물들도 자신의 몸을 크게 하여 다른 생존 경쟁자들에게 과시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행동은 생태계의 본능인 것 같다.

사람의 경우에도 어려운 상대를 만나면 한껏 허풍을 떨어 능력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강자에게 늘상 당하고 살다가 술김에 호기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화가 풍곡(豊谷) 성재휴(成在休, 1915~1996)가 저명한 한학자 산강재(山康齋) 변영만(卞榮晩, 1889~1954)을 찾아갔다. 마침 변영만은 책을 읽다가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성재휴가 놀라 그 이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다 술병 뚜껑을 닫지 않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쥐 한 마리가 나와 술병을 넘어뜨리고 술을 핥아 먹었다. 쥐는 대취하여 정신을 못 차리고 ‘고양이 나와라’라고 큰소리쳤다는 것이다. 성재휴 또한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우스워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성재휴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맴돌아 그림으로 그리고자 했다. 주인공으로 쥐를 대신해 같은 처지의 약자인 개구리를 택했다. 술병에서 흘러내린 술을 핥는 것보다는 인간의 모습처럼 술잔으로 마시게 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그래야 인간의 삶을 표현한 비유적인 그림이 될 듯했다.

성재휴는 자신도 한잔 마신 후 얼른 종이를 펴고 붓을 들어 재빨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붓은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며 술 취한 개구리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 먹을 푹 찍어 하늘에 가득 차게 큰 보름달도 띄워 놓았다. 작가도 취했는지 달을 그린 붓 선들이 뱅글뱅글 자연스럽게 돈다. 개구리의 눈에 비친 달이 빙글거리며 도는 것인지, 작가의 마음이 도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점차 개구리의 취기가 도도히 올라온다. 그동안 얼마나 강한 자들에게 쫓기며 살아왔던가? 가진 것 없고 약한 것도 억울한데, 강자 앞에서 오금이 저려 말 한마디 못 하고 살았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점차 취기가 오르자 얼굴은 붉어지며 몸은 늘어지고, 마음은 여유로워지며 배도 맹꽁이처럼 부풀어 오르며 겁도 없어진다. 그동안 생활에 쫓기기만 한 삶이 슬프고, 하고 싶은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도 후회된다. 몸이 나른해지며 나도 모르게 자꾸 입이 크게 벌어진다. 순간 평생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참지 못하고 소리쳐 내뱉고 말았다.

“배암 나와라! 배암 나와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단독] 직원간 주먹다짐, 택시운전사 폭행…부산 공공기관 왜이러나
  2. 2[뉴스 분석] 혁신 설계로 파격 인센티브 잡아라…삼익비치 등 5곳 ‘군침’
  3. 3가덕신공항 부지공사만 10조…주거래은행 누가 될까
  4. 4글로벌허브법, 22대 부산 여야 ‘1호 법안’ 발의
  5. 5광안 3구역 재개발 수주전…삼성물산 입찰제안서 제출
  6. 6“평생 피아노만 쳤는데…데뷔작 칸 초청돼 영광”
  7. 7‘돗자리 클래식’ 향연…주말 시민공원 달군다
  8. 8학교 급식실 골병의 근원 ‘14㎏ 배수로덮개(그레이팅)’ 무게 줄인다
  9. 9“군대 보내기 무섭다” 부대 사망사고 年 100여건 집계
  10. 10건설업계 만난 금감원장 “PF 부실정리 미루면 대형업체도 못 버텨”
  1. 1글로벌허브법, 22대 부산 여야 ‘1호 법안’ 발의
  2. 2부산시의회 ‘뿌리산업 연구모임’ 정책 개발 시동
  3. 3尹, 4개 쟁점법안 거부권…‘세월호법’만 수용
  4. 4이재명 “민생지원금 25만 원 차등지원도 수용하겠다”
  5. 5尹, 채상병 사건 이첩날 이종섭과 3차례 통화…野 “외압 스모킹건”
  6. 6“민생·정책정당 집중” 22대 국회 앞 與 결의
  7. 7“오 마이 프렌드” UAE대통령·이명박 16년 우정 화제
  8. 8與 “검토·합의 없는 3無 법안”…野 “거부병 걸린 대통령”
  9. 9[속보]북, 오물 풍선 도발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
  10. 10국회 떠나는 김두관·박재호·최인호…PK 민주당 재건 주력할 듯
  1. 1[뉴스 분석] 혁신 설계로 파격 인센티브 잡아라…삼익비치 등 5곳 ‘군침’
  2. 2가덕신공항 부지공사만 10조…주거래은행 누가 될까
  3. 3광안 3구역 재개발 수주전…삼성물산 입찰제안서 제출
  4. 4건설업계 만난 금감원장 “PF 부실정리 미루면 대형업체도 못 버텨”
  5. 5코스닥 현금배당 1위 리노공업, 455억 풀었다
  6. 6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리조트형 하이엔드급 아파트…휴가 같은 일상 집에서 즐겨라
  7. 7동국씨엠, 獨 에쉬본에 지사…‘부산 K-강판’ 유럽 누빈다
  8. 8“2030년 극지운항 400조 예상…방한기술 개발 서둘러야”
  9. 9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예고
  10. 10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31일 공식 발족
  1. 1[단독] 직원간 주먹다짐, 택시운전사 폭행…부산 공공기관 왜이러나
  2. 2학교 급식실 골병의 근원 ‘14㎏ 배수로덮개(그레이팅)’ 무게 줄인다
  3. 3“군대 보내기 무섭다” 부대 사망사고 年 100여건 집계
  4. 4부산 한 초등학교 급식실서 화재… 일부 직원 연기 흡입
  5. 5여아 성추행 혐의 무자격 원어민 강사 구속(종합)
  6. 6‘김건희 수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박승환
  7. 7[뭐라노]느슨해진 기강…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
  8. 8공항 소음지역을 테마관광지로 변신 시도…‘역발상’ 성공할까?
  9. 9손녀 둘의 조손가정, 안전한 주거위한 도움 필요
  10. 10“히말라야 8000m 신루트 개척한 강연룡 기려야”
  1. 1소년체전 부산골프 돌풍…우성종건 전폭지원의 힘
  2. 2박세웅 마저 와르르…롯데 선발 투수진 위태 위태
  3. 3명실상부한 ‘고교 월드컵’…협회장배 축구 31일 킥오프
  4. 4한국야구 프리미어12 대만과 첫 경기
  5. 5연맹회장기 전국펜싱선수권, 동의대 김윤서 사브르 우승
  6. 6낙동중(축구) 우승·박채운(모전초·수영) 2관왕…부산 23년 만에 최다 메달
  7. 7“농구장서 부산갈매기 떼창…홈팬 호응에 뿌듯했죠”
  8. 8호날두 역시! 골 머신…통산 4개리그 득점왕 등극
  9. 94연승 보스턴 16년 만에 정상 노크
  10. 10오타니, 마운드 복귀 염두 투구재활 가속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기술 R&D 투자가 나아가야 할 길
축복의 계절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대학은 私的인가 公的인가?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아마존과 고용유연성
한·일·중, 한·중·일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오늘(30일) 22대 국회 개원…부산글로벌특별법 처리하라
“부산 오시죠”…차등전기료 활용 기업 유치 새판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그라믄 안돼” 팬의 사랑으로 사는 사람이…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