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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금’ 붕어빵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2-20 19:43:3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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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 붕어빵 생각이 절로 난다. 붕어 모양 틀에 밀가루 반죽과 단팥소를 넣어 구운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이다. 붕어빵은 의외로 역사가 긴 먹거리이다. 일본 도쿄 ‘나니와야’라는 가게에서 만든 도미빵(다이야키)이 시초다. 이 도미빵이 1930년대 국내에 소개돼 붕어빵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1950~60년대 미국 곡물원조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크게 퍼졌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겨울철이면 서민들은 붕어빵으로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가 점심 굶는 어린 여공들을 위해 차비를 헐어 사준 게 붕어빵과 비슷한 풀빵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월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풀빵 정신’을 잇겠다고 붕어빵 탈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이런 붕어빵은 1980년대 서서히 자취를 감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복고 바람이 불면서 다시 유행했다. 그래서 붕어빵은 ‘불황지표’로 불리기도 했다. 불황이 심해지면서 늘어난 실업자들이 붕어빵 장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붕어빵 틀, LPG가스 등 초기 자본금이 적게 들고 똑같은 재료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운영하기 쉬워서다.

최근 길거리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찾기 어렵다.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붕어빵 재료인 밀가루 팥 설탕 가격이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1000원에 네다섯 마리씩 주던 붕어빵이 이젠 대부분의 노점상에서 두 마리만 준다. 한국물가정보가 붕어빵, 호떡 등 겨울 간식거리에 들어가는 주재료 가격을 분석한 결과 5년 전보다 평균 49.2%, 지난해보다 18.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수입산)은 5년 전보다 100% 올랐다고 한다.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힘들자 구글 오픈 맵을 활용해 주변 붕어빵 노점 위치를 표시한 ‘대동풀빵여지도’가 만들어졌고 최근엔 가까운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전용 앱 ‘가슴속 3000원’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인 ‘붕세권’이란 용어도 생겼다.

붕어빵은 싼 맛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었다. 1000원으로 가볍게 사먹는 간식이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서민 먹거리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면 우리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어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붕어빵 한 마리에 1000원 하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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