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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의 정치평설]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2-12-22 19:12:5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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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8일 부산에서 사실상 차기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돼 2024년 22대 총선에서 “170석 달성”을 약속했다.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국회 절대 과반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에 부딪혀 절반의 정권교체에 머무르고 있는 여권. 이런 처지를 감안하면 국민의힘 당권주자 모두 압도적 총선 승리를 1호 공약으로 내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의원의 이날 발언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선거 결과 못지않게 과정에 대한 고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군가. 10여 년 전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 당시 기성정치와 다른 틀을 요구하는 민심에 ‘새정치’로 화답하며 졸지에 대권주자 반열에까지 올랐다. 이후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기득권 거대 양당체제’ 타파를 줄곧 주장해왔다.

실제 2016년 총선 땐 국민의당 돌풍을 주도하며 원내 제3당을 일궈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도 제3의 후보로 출마해 막판까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혁파를 외치기도 했다. 물론 이젠 거대 양당의 한 축에 매인 몸이라 더 이상 그렇게 얘기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공정한 게임의 룰에 대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놓을 순 없었을까. 절대적으로 거대 양당에만 유리한 선거제도에 가장 많이 손해를 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2020년 21대 총선 직전 그는 당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배부른 돼지’에 빗대 강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이들 정당이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비례대표 전담용 ‘위성정당’을 만든 데 발끈했던 것. 알다시피, 거대 양당의 꼼수로 소선거구제의 폐해인 사표 방지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을 겨냥했던 새 선거제도는 세상 우스개가 돼버렸다.

또다시 국회는 거대 양당에 장악됐고, 극한적 대립과 충돌로 치달았다. 문제는 이런 불합리한 선거가 다음번 총선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정권을 쥔 양당 지도부,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입도 벙긋 않고 있다. 그래서 ‘모름지기 안철수라면’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 “당 대표가 되면 진영 간 극한 대결의 정치를 끝장내겠다. 국민통합이 돼야 어려운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우리가 손해 볼 수 있다.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 다수가 바라는 개혁에 대한 진정성만이 결국 총선 승리를 담보할 것이다.”

너무 낭만적 생각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선거제도 개선 없인 정쟁의 무한반복이라는 악순환을 절대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최근 국회 상황만 봐도 된다.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는 말 그대로 극한대치를 벌였다. 이 와중에 예산은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에 이어 정기국회 회기(9일)마저 넘겨버렸다. 사상 첫 ‘준예산’이라는 벼랑 끝까지 가서야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지긴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거대 양당이 자기주장을 조금도 굽히려 하지 않았기 때문.

여기다 관련한 감세에 대한 생각도 극과 극이었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로 경기부양을 꿈꾸는 국민의힘에 맞서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고 펄쩍 뛰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정체성을 건 전면전을 벌였던 셈이다. 뒤늦게 발동을 건 이태원 참사 국조를 놓고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쪽은 국가 비극을 정쟁에 악용한다고, 다른 쪽은 책임회피를 위해 의도적 방해를 한다고 본다. 양측 간 정쟁 격화는 확증편향으로 무장한 지지층 간 극단적 증오와 선동전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양당이 사생결단으로 붙을 때 이를 뜯어말리고 중재할 제3의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3세력은 있지만 그럴만한 정치적 파워가 없다.

제3의 정치파워는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론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먼저 253개 지역구에서 1등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에선 인재와 돈이 풍부한 거대 정당을 당해낼 수 없다. 특히 두 정당은 영남과 호남이라는 각각의 텃밭에서 싹쓸이까지 가능하다.

이런 여건에도 군소정당은 대략 합쳐 15% 내외 득표를 한다. 하지만 이 표들은 모두 사표(死票)가 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나마 47명에 불과한 비례대표 중 30명을 정당 득표율과 연동해 뽑는 준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긴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점들을 바로 잡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현재 진도로 봐선 선거법이 정한 개정시한인 내년 4월10일까지 가능할진 미지수다.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한 양당의 의지가 ‘꽝’이다. 기득권 지키기 못지않게 상대를 겨냥한 정쟁에 치중하느라 여념이 없는 탓이다.

“다음 선거를 걱정하는 자들은 정치꾼(politician)이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는 훌륭한 정치인(statesman)이다.” 19세기 미국 정치개혁가이자 성직자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치꾼’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새해 벽두, 다음 세대를 위한 결단에 나서는 큰 정치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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