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과 학문 전반에서 ESG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2004년 UN과 스위스 외교부에서 발행한 보고서 ‘Who Cares Wins’에서 처음 언급됐다고 한다. ESG의 실천과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새천년개발목표인 MDGs가 채택된 직후이니 사실상 지속가능개발목표인 SDGs보다 훨씬 앞서서 거론됐던 실천의제라 할 수 있다.

ESG의 중요성과 실천이슈가 등장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갑자기 ESG를 향한 관심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는 배경에는 분명 코로나19에 따른 기후 및 환경에 관한 인식변화 고조가 있을 것이다. 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과 지역사회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도시는 불평등, 도시 쇠약 및 환경 파괴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인다. 또한 잘못 관리된 도시는 도시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오염 배출량 증가, 폐기물 증가 및 시설 설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음이 최근 벌어지는 사건사고에서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 탄소 제로와 같은 공통 목표를 실천하기 시작함에 따라 기업경영에서 강조해 왔던 ESG 경영이 공공부문에도 적용해야 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로 부상했다. 기업경영을 넘어 정부 정책으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최근 세계인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낸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원인이 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로 인해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환경의 위험성과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도 ESG 경영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유인 것이다.

수년에 걸쳐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돼 왔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과 누려야 할 권리, 그리고 구성원 상호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하는 것에 둔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영향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국내 정부에서도 저탄소 환경정책 실천을 위해 지속가능하면서 탄력적인 전환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니셔티브는 공급방식과 환경소비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과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시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돼야 함이 불가피해졌다. 이로써 ESG는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 분야에 적합한 정책 프레임워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공공 분야에서도 공공디자인은 공공성을 실천해야 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공공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안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인문학과 행정에 많은 연관성을 두어야 하는 영역으로 인본주의 관점, 즉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공공디자인이 안전 편리 배려라는 공공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ESG의 세 가지 축인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반영해야 함이 공공디자인진흥법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제10조 공공디자인사업 시행의 원칙에 보면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또한 공공디자인에 관한 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함’이 적시돼 있다. 이 조항의 문구를 재해석해 보면 공공디자인사업은 실행전략으로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이 시행돼야 한다. 공공디자인으로 친환경조성을 통한 공공 가치 창출, 공공 안전과 편의 및 배려하는 사회 구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심미성과 기능성이 강조돼왔던 과거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공공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공공디자인은 진화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과 성숙한 사회로의 발전, 양질의 도시 삶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면 이는 공공디자인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실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책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