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사고 등에 대한 기업주 책임을 무겁게 한 중재대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업주를 형사처벌해서라도 최소한 일터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게 하려는 법이지만, 효력 여부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여전히 부딪히고 있다. 재계는 “법 조항이 모호하고 사고 대응력이 없으므로 없애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1년 산재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는 644명(611건)으로 2021년(683명, 665건)에 비해 5.7% 줄었지만, 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망자가 256명(230건)으로 2021년(248명, 234건)보다 오히려 3.2% 증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를 “법이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은 반증”이라고 맞선다.
어떤 잣대를 대더라도 사망사고 증가가 법의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준이 무엇이든 전체 사망자는 조금씩 줄고 있다. 부산 사례를 보면 그 추세는 확연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부산의 산재 사망자는 25명으로 2021년(45명)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무엇보다 전체 사망사고의 60~70%가 아직 법 적용이 안 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영세할수록 산업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선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현장에서도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문제이지 건수 자체는 줄었다. 이는 대형 사업장의 안전관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증거일뿐 법의 실효성 문제는 아니다.
재계에서 주장하듯 강력한 처벌이 능사가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실제 사법처리된 사업주는 미미한 수준이고 연간 수백명 사망이라는 비참한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망자 지표가 OECD 38개국 중 한국은 34위로 거의 꼴찌다. 모호한 조항은 보완으로 해결할 일이지 법을 없애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유예기간이 끝나 내년 1월부터 법 적용을 받게 되는데 따른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한다. 중소기업이 재해 안전장치나 인력을 갖추느라 과도한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면 이는 부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지원의 문제이지 법 존폐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규제와 처벌이 아니라 자기규율과 예방으로 중대재해법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곧 입법 예고한다.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국부로 연결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중대재해 만큼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업주를 형사처벌하고 고액의 벌금을 매기는 데도 효용성 논란이 벌어지는데, 책임을 완화하면 결과는 과거로의 회귀 뿐이다. 1년이라는 시행기간은 법의 실효성을 따지기에 너무 짧다. 섣부른 개정에 앞서 사고원인 분석과 법 보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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