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Y.’ 이 로고의 시작은 1970년대, 당시 뉴욕은 경제 불황으로 인해 도시 이미지를 반전시킬 강력한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뉴욕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내세워 새로운 도시브랜딩을 기획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이 러브 뉴욕(I♥NY)’이라는 캠페인이다.
그간 부산은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사용하다가 올해 부산이 좋다(Busan is Good)로 바꿨다. ‘도시를 브랜딩한다’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구도가 있을 것이다. 슬로건이나 로고처럼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고, 모호한 분위기가 상상될 수도 있다. 브랜드는 원래 지진다는 의미다. 가죽에 엠블럼을 지져서 만드는 것이 브랜드였다. 현재 브랜드는 고유명사처럼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제품이나 도시를 말한다. 도시에는 공동브랜드가 있고 고유브랜드가 있다. 다른 도시와 연계해서 사용하는 브랜드는 공동브랜드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은 고유브랜드로 지역사회 투자 유치와 도시의 특성을 보여준다. 브랜드는 네이밍 혹은 포지셔닝이 담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은 그 자체로 상징성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정한 Busan is Good은 이에 부합되는 것일까? 부산말로 하면 ‘좋은 도시 하면, 마 부산아이가!’라는 것이다. 과연 부산이 살기 좋은 도시일까?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기준은 예로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택리지를 쓴 이중환과 더글라스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중환은 동양적 관점에서 지리와 자연환경이 인간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반면, 더글라스는 인간이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주체로서 어떻게 삶의 조건과 근로의 기회, 깨끗한 환경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스미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자본과 같은, 신뢰와 네트워크 차원까지 좋은 삶과 도시를 연결시킨다. 즉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지리 생리 인심 산수를, 더글라스는 삶의 여건과 근로 및 생계 기회,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좋은 거버넌스를, 스미스는 경제자본 인적자본 자연자본 사회자본을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으로 꼽았다.
택리지가 제시하는 살기 좋은 곳은 인심과 풍광이 좋으며, 살림살이가 어렵지 않고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곳이다. 오늘날의 ‘살기 좋은 곳’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중 무엇도 단독으로 월등하게 기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안정성을 갖추려면 충분한 기반시설과 보건 수준이 마련돼야 하고, 기반시설이 확보되려면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성할 환경과 경제 수준이 필요하다. 도시의 경제력은 안정성과 기반시설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고, 이 요소들은 서로를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어느 것 하나 크게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오랜 시간 전부터 살기 좋은 도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다. 도로 구축으로 생활 안정과 도시개발을 완수한 고대 로마부터, 기원전 250년대 지어진 중국의 수리관계시설 두장옌 역시 인간에게 닥친 문제를 지성과 기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해결한 사례다. 예상치 못한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어떤 문제는 눈에 띄는 형태로 변하고, 또 어떤 문제는 오래도록 드러나지 않은 채 방치됐다가 비대면 시대를 거치면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부산은 삼포지향의 도시로 천혜의 환경을 가진 도시다. 그러나 도시 고유의 색은 없고, 도시계획이라는 것 자체가 실종된 도시다. 바다와 산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우후죽순처럼 솟은 고층빌딩, 낡은 원전을 폐기치 않고 악마의 그림자처럼 안고 있는 도시, 대한민국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하게 인구절벽을 실감하는 도시 부산, 청년들이, 예술가들이 희망이 없다며 떠나는 도시 부산, 협치라는 말이 사라진 시 행정이 영속성을 잃고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에 의해 마음대로 이리저리 행해지는 도시. 이런 도시가 우리가 사는 부산의 현실인데 무엇이 있어 ‘부산이 좋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한 목표 가치는 ‘지속가능성’과 ‘공존’이다.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런 가치를 가진 좋은 브랜드 슬로건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