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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마스크 안 벗는 이유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2-05 20:03:3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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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름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도 않았으나 거리에는 파란색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다. 일본인이 마스크를 즐겨 쓰게 된 주원인은 화분증, 즉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한다. 주로 봄, 일본 본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나무 꽃가루가 날아들어 코 점막에 붙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과 장소와 무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추세로 진화했다. 일본에는 ‘다테마스크’라는 말이 있다. 혼네(속마음)와 반대 뜻인 다테마에(겉마음)에서 유래됐다. 자신의 얼굴과 표정을 가려 본심을 숨기고, 사회적 관계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려 마스크를 사용한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조치 가운데 마지막 남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지난달 30일 해제했다. 감염취약시설과 병원·약국·대중교통 등 일부시설을 제외하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실내 체육관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직원이나 고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마스크가 내 몸의 일부가 된 듯 자연스러워 벗는 게 어색하다는 이들도 있다.

뉴욕타임스, BBC 등 외신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으나 많은 사람이 계속 마스크를 쓰는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2002년 사스와 2012년 메르스 등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아시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웠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배려하는 좋은 에티켓으로 여긴다는 점도 마스크 착용 이유로 꼽혔다. 또한 마스크를 쓰면 민낯을 드러낼 필요가 없고 얼굴의 아름다움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을 덜어준다고 분석했다. BBC코리아는 어른은 질병 예방을 우선순위에 두지만 청년은 외모 탓에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벗기 싫어 점심 식사를 거르거나 마스크를 쓴 채 살짝 들어 올리는 식으로 식사하는 청소년도 있다. 마스크와 관련해 ‘마기꾼’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말로 하관을 가리고 눈과 코 일부만 드러낸 모습이 훨씬 멋지다는 뜻이다. 데이트 앱에선 실제로 만나보니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생각과 달랐다는 불평이 쏟아지면서 사용자에게 마스크를 벗고 찍은 사진도 함께 등록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어떤 이유든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마스크 뒤에 숨어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공감과 배려심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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